윤석열의 연일 이어지는 건설노조 비난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본의 이해를 반영한 정부는 없었다
불법과 착취가 만연한 지옥도의 종착지는 어디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연일 건설노동조합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월 21일 국무회의를 통해 ‘건폭(건설현장 폭력집단)’이라는 신조어까지 사용하며 관련 정부부처와 건설업계까지 총동원하여 건설노동조합의 채용요구, 전임비 지급 요구 등 활동을 처벌하고 규제하기로 하였다. 또한 건설업계의 오랜 민원 사항인 건설현장의 산업안전보건규제를 완화하고 외국인 불법채용에 대한 처벌을 완화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미 대한민국 3대 개혁세력으로 노동조합을 특정하며,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을 불법적으로 장악한 기득권 세력이라는 프레임이다. ‘건설사’와 ‘다수의 선량한 비조합원’은 건설노동조합의 채용요구와 태업으로 인한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다. 과연 사실인가?

첫 번째, 건설 산업의 생산구조를 살펴보자.

건설산업은 연간 260조(GDP의 약 15.2%)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며 약 20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근무하는 기간산업이다. 2022년 기준 총 94,567개의 건설사가 등록되어 있으며 발주처-원청건설사-하청건설사-(재하청)-건설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지니고 있다.

현행 건설산업 기본법은 하청업체 이하의 재하도급은 제한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하청업체’가 ‘오야지’라고 불리는 팀 반장에게 재하도급 주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불투명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공기단축으로 인한 안전위협과 공사품질 저하, 건설노동자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원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1년 6월 광주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 붕괴사고다.

사고 직후 국토교통부가 진행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결과를 보면, 당초 책정되었던 해체공사비는 1평(3.3㎡)당 28만 원이었으나, 하도급→불법재하도급을 거치며 당초의 16%인 1평당 4만 원까지 줄어들게 되었다. 하청의 하청을 주는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당초 28만 원이던 공사비가 4만 원까지 줄어들게 된 것이다. 당시 사고로 시민 9명이 사망하였고 국토교통부는 ‘불법하도급 차단’을 약속했으나 제대로 이행된 것은 없었다.

정부는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언급하며 노동조합이 불법적으로 건설사를 강취하고 있으며 결국 소비자인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호도하고 있다. 명확히 원인과 결과가 바뀌었다.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고 요구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2018년 대한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에 공문을 통해 월례비 지급중단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령과 표준시방서 등 관계법령에 위배되는 작업을 지시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여러 건설사의 이해관계로 인해 근절되지 않고 있다.

1997년 IMF 이전에는 원청 건설사가 타워크레인과 기사를 고용했다. 그러나 IMF 구조조정 이후 파견법과 기간제법 등이 제정되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원청 건설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타워크레인을 외주화하고 기사는 임대사가 고용하는 이중적 구조가 발생하였다. 현재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데, 실제 건설현장의 작업지시는 원청 및 모든 하청업체들로부터 받는다.

따라서 월례비는 각 하청업체가 연장근로의 대가인 수당의 성격, 자신들의 공정을 먼저 진행해달라는 급행료, 산업안전규정에 위배되는 작업에 대한 사례비의 성격으로 기능하고 있다. 결국 해결책은 원청사가 타워크레인 기사를 직접 고용하여 여러 공정의 작업을 수행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둘째, 건설 산업의 고용구조를 살펴보자.

건설사 중 단 한 곳도 건설현장의 시공에 필요한 노동자를 상시적으로 공개채용 방식으로 고용하지 않는다. 래미안, 자이 등 공사 현장에는 수백 명이 근무를 하지만 건설노동자들은 자신의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이다.

그럼 건설노동자는 어떻게 일자리를 구하고 건설사는 어떻게 인력을 수급하는가? 2022년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결과 ‘오야지’ 등 인맥(75%), 인력사무소(9%), 새벽 인력시장(5%), 노동조합 등 무료직업소개(2.4%)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업자인 ‘오야지’는 현장소장에게 낮은 도급액과 공사기간 단축을 약속하고 일자리를 받고, 오야지에 종속된 건설노동자는 낮은 임금, 고용 불안, 위험한 작업,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참고 일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에 건설노조는 건설사와 직접 근로계약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노동조건과 안전한 현장, 투명한 건설현장을 지향한다. 모든 것을 비용으로만 보는 건설사들은 건설노조 조합원을 채용하지 않으려 한다. 즉 채용강요가 아니라 고용차별이 먼저 있는 것이다.

정부는 21일 안전과 관련한 법과 규정을 지키며 일을 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노동청 등에 고발하는 활동을 ‘태업’으로 규정하였다.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10년 전만 하여도 한 해 700여 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하였고, 건설현장에 노동조합이 자리를 잡으며 그 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건설노동자 사고 산재사망자는 417명으로 전체 828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관련 안전규정이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정비한다고 하며 안전과 관련한 규제완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셋째, 건설 산업의 인력 구성을 살펴보자.

요즘 정부는 ‘MZ노동조합’을 응원한다면서 민주노총 등이 기득권화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지난 2월 21일 더 이상 청년들이 찾지 않는 건설 현장의 일자리 문제를 외국인 고용확대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21일 건설현장의 외국인 불법채용(근로할 수 없는 외국인 고용 등)에 대한 고용제한 처분기간을 완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고용제한의 범위를 사업주 전체 사업장에서 사업장 단위로 변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설근로자 공제회 조사결과 2022년 건설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3.1세이며 2~30대 청년층은 14.8%에 불과하다. 외국인 근로자는 10만 2천여 명 규모지만 통계로 파악되지 않은 체류자 등을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 일자리는 위험하고, 힘들고,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더 이상 청년들이 찾지 않고 건설업계는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건설기능인을 양성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 대신 손쉽게 이주노동자를 고용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정부는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통해 ‘건설기능인을 양성하고 내국인의 고용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정부는 건설기능인 양성도, 내국인 고용 확대도, 이주노동자 인권도 포기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 건설노조는 지금까지 건설현장에서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가?

첫째, 정부가 하지 않은 기능인 양성과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해 서울, 성남, 안산, 대전, 여수, 포항 등지 십여 개 지역에서 기능학교 등을 운영하여 청년들이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익혀 현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돕고 있다.

둘째,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건설사와의 단체협약 및 직접고용, 나아가 원청이 직접 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70억 미만 공사의 경우 원청이 직접 시공하도록 법령을 개정한 것도 건설노조의 요구였다.

셋째,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작업 등 안전 감시활동과 편의시설 확충 등 건설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건설안전특별법 발의, 건설현장 편의시설 확충 등은 건설노조가 수년간 투쟁으로 요구한 사항들이다.

넷째, ‘분양원가 공개’를 통한 투명한 생산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정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최대 수혜자는 건설사였다. 2022년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영세한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은 감소하였으나, 현대, 삼성, 대우 등 대형 건설사들은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윤석열 정부처럼 노골적으로 자본의 이해를 반영한 정부는 없었다. 불법 하도급, 중간착취, 산재사고가 만연한 ‘지옥도’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이제 윤석열 정부는 답을 해야 한다.

글 | 이윤재 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

저작권자 © 진보당 기관지 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