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아하는 감독이 있습니다. 그가 만든 영화는 세상을 똑바로 쳐다보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물들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그곳엔 제가 알던 세상도 있고, 제가 알지 못했던 세상도 담겨있어 그의 신작이 나올 때면 또 어떤 세상을 알 수 있을지 궁금해 마냥 설레기도 합니다. 그는 일본의 유명한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입니다.11월 29일, 국내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에게는 숱하게 많은 좋은 영화들이 있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나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
눈 내리는 겨울밤, 눈이 쌓인 강둑에 한 사람이 홀로 서 있습니다. 새 우는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이 이어지려는 찰나, 하얀 숨을 내뱉고는 이어서 들이마신 숨이 다시 차오를 때까지 색소폰을 붑니다.“손끝이 차갑고 무릎이 시릴 때까지 길에서 무언가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까?” 물었을 때, 아마도 우리 당원은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하겠죠?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호불호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를 더 추워지기 전에 추천합니다.영화는 세 명의 친구가 모여 ‘JASS’라는 이름의 트리오를 구성하고 함께 연주하
제가 활동하는 단체에서 여름마다 개최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2017년 첫 행사에 이정희 변호사님을 모셨는데, 다른 네 분의 연사님 중에 단연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습니다. 강연을 마친 이후 티셔츠에 사인을 받고, 진보정치에 함께 헌신하며 고생한 동지를 만나 눈물 흘리던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2023년 다시 모신 이정희 변호사님은 스타일이 변하셨는지 6년 전에 비해 머리는 하얘지셨지만, 인기는 여전했습니다.행사 실무단으로 마트에서 장을 보는 바람에 강연을 듣지는 못했지만, 참가자들의 후기로 강연 중 영화 을 추천하셨다는
특별한 힘을 갖고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때로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능력, 먼 거리를 한달음에 도달하는 능력을 갖고 싶습니다. 때로는 아주 힘이 센 사람이 되어 사고를 막아내거나 날씨를 움직여 갖가지 재해를 막아내고 싶어요. 제가 이런 능력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때는 마블의 영웅들처럼 지구를 구하고 싶다는 거창한 이유일 때가 아닙니다. 바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지키고 싶을 때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처했거나 절망에 빠졌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지금보다 행복하게 살기를 강하게 원할 때 말이죠.여기
어두운 밤 남자가 깊게 잠이 든 것을 확인한 뒤, 아이를 안고 조용히 집을 떠나는 한 여인. 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잠에서 깬 남편이 뛰쳐나와 소리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대로 길을 떠납니다. 그녀는 왜 아이와 급하게 그 집을 떠나야만 했을까요? 총 10화의 드라마 은 그녀의 탈출로부터 시작합니다.무수한 오락영화처럼, 비록 죄는 있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주인공이 쫓기는 신세에 유쾌하고도 흥미진진한 액션 추적이 이뤄지다가 결국 다 바람대로 되어버리면 마음 편히 재미 삼아 보기 좋으련만, 이 드라마는 전혀 그런 내용이 아
거대한 체구, 혼자 힘으로는 움직이기 힘든 찰리는 슬픔과 욕망의 중간쯤으로 보이는 표정으로 통닭과 피자를 입으로 쏟아 넣는다. 그의 거대한 몸은 아무것도 성공한 것 없는, 실패가 가져온 거대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그의 폭식은 이미 망할 대로 망한 자신의 몸에 주는 형벌 이다.카메라는 영화 내내 찰리의 집 안에서만 머문다. 우연히 선교를 위해 집에 들러 위험에 빠진 찰리를 구하는 선교사와 전 재산을 주겠다는 제안에 아빠를 찾아오면서도 독한 말을 내뿜는 딸, 찰리를 원망하고 연민하면서도 (결국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만) 혼자서도 딸을 잘
“저게 MZ면, 나는 MZ가 아닌데⋯”, “MZ가 도대체 누구야?!” 미디어에서 보이는 MZ는 청년의 모습이 아닙니다. “요즘 MZ세대들 다 오마카세 가고, 명품 산다고 하는데..”, “MZ세대는 자기 의사 표현이 확실하고, 기존 조직문화에 반발한다던데..” 그게 MZ의 전부는 아니죠. 청년세대들은 미디어에서 비치는 “MZ는 철없고, 이기적인 세대”라는 묘사에 반발합니다. 나와는 전혀 다른 “MZ의 삶”을 보면서 ‘도대체 MZ가 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이처럼 미디어에서 말하는 MZ가 지금의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더 늦기 전에 만든 영화재난 참사의 트라우마는 연대로 극복해야기억과 추모는 살아남은 이의 책임더 늦기 전에 만든 영화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을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미야기현에서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생존자들을 위로하며, 이제는 동일본 대지진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를 위해 만들었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을 교과서를 통해 접한 자신의 딸과 같은 미래세대를 위해, 더 늦기 전에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어딜 가나 챗(Chat)GPT가 난리입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3월 16일 발표된 GPT-4는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 점수를 받았습니다. 지역에서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작성하기 위해 챗GPT에 부탁해 봤습니다. 기존의 성명서를 보여주고 다른 버전으로 써 달라고 했더니 뚝딱 글 한 편이 나왔습니다. 호소력이 약해서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글의 논지만큼은 윤 대통령의 연설문보다 훌륭했습니다. ‘사회운동도 AI에 맡기는 시대가 오려나?’ 오싹함이 감돌았습니다. 장밋빛
“농구 아직 안 다녀오셨어요? 농구는 인생이에요. 한 번만 다녀오세요.”제가 저 빼고 다 (이하 슬램덩크)를 본 것 같다고 하자 친구가 한 말입니다. 소년만화가 인생씩이나 되냐, 어떤 점이 그렇게 좋냐고 했더니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과 세계의 부조리를 받아들인 이들이 무너지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라고 했습니다.그때는 ‘소년만화에 이렇게까지 철학적인 해석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저도 지금은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는지 슬램덩크는 지금까지 340만 명이 봤고 한때 과
가정을 꾸리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는 십육 년 동안 나는 늘 등이 저리고 아팠다. 책임감, 의무감은 짐처럼 무거웠다. 생각이 여기서 멈췄으면 좋았겠지만 ‘힘겨움’은 ‘죄책감’을 만나 ‘분노와 좌절’로 연결되고, 이 과정은 무한 반복되었다.이쯤 되면 나의 배우자는 억울할 것이다. 할 만큼 하고, 나눌 만큼 나눴다고 생각할 테니. 남편은 시간이 되는 한 집안일을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질문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내가 알려주는 만큼만 일했다. 나는 우리 집안의 총감독이었지만 남편은 성실한 스텝 같았다.나는 이 지점에서 깊은 고
이번호부터 신설된 〈콘텐츠 권하는 사람〉은 책, 영화, 드라마 등 당원이 당원에게 소개하고 싶은 콘텐츠를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떠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퇴사하겠습니다, 같은 힐링 도서가 한동안 많이 팔렸다. 내가 약자란 걸 알고 끊임없이 부려먹으려는 회사를 향해 한방을 먹이는 듯한 이 말에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꽤나 매력을 느낄 만했다. 겉으론 웃으며 지내지만 사실은 위계와 허세에 눌려 숨 막힐 일이 부지기수인 직장에서 당당하게 사표를 던지는 일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다람쥐 쳇바퀴처럼 빙빙 도는 루틴의 굴레가 버거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