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다 보고서, 기획기사들과 더 친하게 지낸지 얼마나 되었을까. 한때는 많이 읽기라도 했는데, 지금은 많이는 고사하고 제대로 읽어내기도 힘들다. 작정하고 읽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 지금도 나를 책상 앞으로 강제 소환하는 건 당장 분석해야 할 예산서와 관련된 보고서들인 게 현실이다.기억도 아련하지만 '내 인생의 책'이란 주제로 글을 써달라니 애써 곱씹어 보게 된다. 오래도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부끄러울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떠올리다보니 그 무렵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떠오르니 다행이랄까. '(무엇이든) 읽고, 이해하고 싶다.'는 그
이 땅에서 공산주의 운동사는 더 이상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심장을 부여잡을 때를 만나면 기억의 기억이 아니라 현실과 현재의 경계에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한홍구 선생이 개정판 후기에서 말하듯이 유럽에 갖다 놓으면 중도우파 정도밖에 되지 않을 통합진보당이 해산당하는 한국에서 공산주의 운동사를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책의 두께가 부담스럽지만은 않다.특히 식민지 시대 민족해방운동에서 공산주의운동을 더 광범위하게 반제민중운동으로 확대하고 이를 뒤받침 하는 자료와 구성의 수고스러움은 이
구조적 부정의인천의 한 재가요양센터에서 방문목욕업무를 수행하는 요양보호사 김씨(55세). 월급명세서 상으로는 한 달 근로시간이 140시간이다. 하지만 실제는 아침 7시 출근, 저녁 8시 퇴근하며 출근시간·식사시간 빼면 하루 11시간 근무하고 월 20일을 일한다. 얼추 계산해도 한 달에 220시간이다. 연장근로를 생각하지 않아도 80시간이 모자란다. 어디로 갔을까? 하루 평균 7-8명의 어르신 댁을 방문하니 이동시간·대기시간이 그 정도 걸린다. 다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해도 공짜노동시간이 너무 많아 속상하다.김씨의 동네친구 이씨(5
책을 멀리 하는 편은 아니지만 막상 '내 인생의 책'을 소개 해 달란 부탁을 받고, 한동안 물음표만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책상과 책장에 꽂힌 책들을 살펴보니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정책연구를 하기 위한 사회과학도서, 당원들과 함께 세미나와 토론을 하기 위한 인문 역사서가 대부분이었다. '저런, 이런 때를 대비해서 세계적인 소설가의 고전이나, 매력적인 젊은 작가의 에세이집이라도 알아뒀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중에 다시 누군가에게 '인생의 책'을 추천할 기회가 온다면, 그땐 이런 아쉬움이 없도록 편식하는 독서습관을 고쳐야 겠다
다른 분께 양보하면 안될까요?저는 ‘내 인생의 음식’ 같은 걸 쓰고 싶습니다만….에서 새 연재물로 ‘내 인생의 책’을 시작한다며 첫 번째 글을 요청했을 때 나의 대답이었다. 지난주에 읽은 책 제목도 기억이 가물하고, 몇 달을 붙잡고 있던 소설 주인공 이름도 며칠 만에 까먹어버리는 내게 이른바 인생책을 소개해달라는 요구는 언제나 곤혹스럽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꼽는 대신 ‘내 인생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돌아보면 길지 않은 내 삶은 책과 인연이 많았다. 어릴 땐 독후감 대회에서 상을 휩쓸던 모범생이 고등학생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