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하는 작전명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를 원격으로 지켜보고 있는 트럼프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우측) ⓒ 백악관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하는 작전명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를 원격으로 지켜보고 있는 트럼프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우측) ⓒ 백악관

2026년의 새해 벽두는 ‘야만의 시간’이었다. 1월 3일, 미군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고 미국으로 압송했다. 주권 국가의 수장을 마약범 취급하며 납치한 전대미문의 폭거다. 미국은 민주주의나 인권이라는 가면조차 벗어던졌다. 우리는 ‘벌거벗은 제국주의’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마약 퇴치’라는 거짓 명분, 그 뒤에 숨은 자원 약탈

미국은 마두로 정부를 ‘마약 카르텔’로 규정하며 침공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기만이다. 미국 정부의 자체 보고서조차 중남미 마약의 진짜 온상은 베네수엘라가 아니라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었던 콜롬비아라고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세계 1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만을 ‘마약 국가’로 낙인찍었다. 결국 트럼프의 목적은 마약 퇴치가 아니라, 차베스 이래 견지해 온 베네수엘라의 ‘자원 민족주의’를 파괴하고 그 석유 자원을 미국 자본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약탈적 정권 전복이다.

 

그린란드: ‘골든돔’ 구축을 위한 동맹국 영토 강탈

트럼프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매입’ 대상으로 언급한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기행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린란드는 북극 항로와 미사일 방어 체계, 그리고 미·중·러 전략 경쟁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미국이 구상하는 차세대 미사일 방어 체계, 이른바 ‘골든돔(Golden Dome)’ 구상에서 그린란드는 결정적 위치를 차지한다. 북극권을 통과하는 러시아 및 중국의 전략 무기를 조기에 탐지·요격하기 위해서는 그린란드의 군사적 활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린란드는 트럼프의 제국주의적 탐욕이 동맹국으로까지 뻗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우방의 주권과 영토마저 서슴지 않고 강탈하는 미국 패권주의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나토(NATO) 동맹국들조차 미국의 약탈적 본성 앞에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가 되었다.

 

이란: ‘민중 항쟁’ 프레임 뒤에 숨겨진 제국주의의 정보 조작

이란을 둘러싼 서방의 담론은 흔히 ‘독재 대 민중’이라는 이분법으로 구성된다. 분명 이란 사회 내부에는 경제 제재로 인한 생활고, 정치적 억압에 대한 불만, 그리고 자발적 저항이 존재한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내부의 긴장이 외부 세력의 전략적 개입과 결합해 왔다는 역사적 전례다. 1953년 미국 CIA가 주도한 모사데그 정부 전복, 2009년 ‘그린 무브먼트’를 둘러싼 외부 개입 논란은 이란 사회에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최근 이란 관련 보도에서 주요 정보원으로 활용되는 ‘이란 인권활동가들(HIRA)’, ‘이란저항국민평의회(NCRI)’ 역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HIRA는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민주주의기금(NED)과 재정적 연계를 맺고 있으며, NCRI는 과거 무장 투쟁과 테러 활동으로 논란을 빚은 MEK와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단체들의 정보가 서방 언론을 거쳐 사실상 검증 없이 유통되는 구조는, 여론 형성 과정 자체가 정치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에게 전달되는 ‘이란 소식’의 상당수는 제국주의 세력이 자신들의 지정학적 이익을 위해 생산해 낸 오염된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진보적 관점은 서방이 주입하는 일방적인 프레임을 거부하고, 제국주의의 정보 공작이 어떻게 한 국가의 주권을 파괴하는지 그 이면을 꿰뚫어 보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조직되는 저항, 좌초되는 제국주의

트럼프는 기세등등하게 공세를 시작했으나, 상황은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대통령 납치라는 유례없는 폭거가 오히려 집권 세력의 강력한 결속을 불러왔다. 미국은 내부 분열을 획책했으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군부와 민중 조직의 압도적 지지 속에 체제를 수호하고 있다. 내부의 트럼프 협조자들을 색출하며 저항을 조직화하고 있는 현지의 열기는 뜨겁다. 트럼프에게 남은 선택지는 2차 침공뿐이지만, 내부 배신자들이 정리된 상황에서 침공 강행은 거센 군사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2차 침공의 성공을 위해선 지상군 투입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감수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꼴이다.

이란의 정세 또한 1월 하순으로 접어들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란 당국의 단호한 조치로 외세의 사주를 받은 극단적 폭력 세력들이 색출되면서, 이른바 ‘반정부 시위’는 빠르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는 이번 사태가 민의를 대변하기보다 외부 세력에 의해 조장되었음을 방증한다. 트럼프는 군사적 조치를 시사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나, 오히려 이스라엘과 주변국들이 사태 악화를 우려해 군사 행동 자제를 설득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덴마크 역시 미국의 ‘영토 강탈’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맞서고 있다. 나토 동맹국들조차 미국의 약탈적 요구에 맞서 전례 없는 외교적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린란드 문제는 나토의 결속이 아닌, 미국의 패권주의가 동맹을 분열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결국 자원과 영토를 약탈하려는 트럼프의 ‘벌거벗은 제국주의’는 각국의 완강한 자주적 저항 앞에 좌초되고 있다. 모든 것을 힘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는 오만은 도리어 미국 패권의 도덕적 파산과 물리적 한계를 증명할 뿐이다.

 

고착화되는 신냉전, 한국의 선택은 ‘자주’여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일련의 행보들은 결코 트럼프 개인의 돌발 행동이 아니다. 이는 쇠락하는 미국의 독점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신냉전 구조화’ 전략의 산물이다. 미국은 자신들만의 자원·군사 블록을 재건하려 타국의 주권과 영토를 짓밟고 있다. 트럼프의 이러한 약탈 행보로 신냉전은 더욱 격화되고 있으며,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위험한 도박이 지구촌의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 거대한 파고의 정중앙에 서 있다. 트럼프에게 한국은 신냉전의 전초기지이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방위비 분담금 등 막대한 이득을 갈취할 ‘약탈의 거점’일 뿐이다.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탐내고 그린란드의 영토를 갈구하는 저들의 탐욕스러운 시선은 언제든 우리의 주권과 평화를 파괴하는 칼날로 변할 수 있다.

트럼프가 보여준 ‘벌거벗은 제국주의’는 굴종적인 한미동맹에서 탈피해야 하는 현실을 역설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와 주권을 지켜낼 자주적 외교 노선의 확립과 제국주의에 맞서 싸울 실천적 힘의 축성이다

장창준 한신대 한반도평화학술원 특임교수
장창준 한신대 한반도평화학술원 특임교수

 

저작권자 © 진보당 기관지 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