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 그것도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 경남에서만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 10만 서명이 달성됐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학교급식법 개정 투쟁 과정에 만들어진 이 성과는 노동자가 주체가 된 정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경남 10만 서명운동을 이끈 박은영 경남도당 노동자당 위원장(이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에게 그 과정과 의미를 들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사업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심정을 솔직히 밝혔다. “‘이게 정말 가능한가’라는 의구심이 컸습니다. 당의 방침이니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노동조합 상집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합원들을 다시 발동해야 한다는 부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막막함이 컸다. “‘또 당이 일을 만든다’, ‘되기도 힘든 걸 왜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고, 패배주의적인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경남의 목표는 10만으로 정해졌다. “무조건 해내야 한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상집 간부들과 토론을 거쳐 경남의 목표를 10만으로 세웠습니다.”

전환점은 간부들의 결단에서 시작됐다. “급식노동자의 가장 절박한 문제를 당과 결합한 직접정치운동으로 해결해 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노동자 직접정치의 승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전형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학비 경남지부는 연대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책임지기로 했다. “우리 문제를 우리가 직접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급식직종 조합원 3,500명만 제대로 주체로 세운다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서명운동의 가장 큰 힘은 조합원들의 변화였다. “급식노동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이 ‘죽음의 급식소’였습니다.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이었죠. 그런데 시민들을 직접 만나 서명을 받으면서, 시민들이 그 이야기에 공감하고 서명해주는 모습을 보고 조합원들이 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전 조합원 교육이 진행됐고, 급식 직종 간부들이 직접 강사가 되어 자기 언어로 운동을 설명했다. “조합원 한 분 한 분에게 서명용지 3장씩 드리며 ‘반드시 채우자’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한번 해볼 만하다’는 감각이 생기자 조합원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곳곳에서 놀라운 사례들이 쏟아졌다. “11월 초에 혼자서 400명, 500명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조합원들이 정말 기발한 방법으로 서명을 받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산에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을 국화축제가 전환점이 됐다. “9일 동안 시민단체, 지역 당부, 노조 지회가 함께 축제장을 지키며 서명을 받았습니다. 낮에는 시민단체가, 저녁에는 조합원들과 당원들이 함께했고, 그 결과 4천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았습니다.”

개인의 헌신도 이어졌다. “가족과 친지, 이웃은 물론 동호회, 장례식장, 결혼식장까지 서명지를 들고 다니신 분도 계셨습니다. 마산의 한 조합원은 천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았습니다. 어깨와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앞둔 상황에서도 수술을 미룰 만큼 간절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이 함께 운동에 나섰고, 남편이 진보당에 입당하는 일까지 이어졌다.

진주에서는 간부들이 먼저 거리선전과 시민호소를 연습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김해에서는 학교별 구역을 나누고 하루 목표를 정해 하루에 천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내는 성과가 나왔다.

이번 서명운동은 학비노조 경남지부와 진보당 경남도당이 함께 총궐기한 사업이었다. “노조가 기자회견을 하면 당이 연대발언을 하러 와주는 방식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내용은 급식노동자들의 문제였지만, 사업의 주체는 당과 노조였습니다. 동등한 입장에서 의논하고, 함께 추진하고, 함께 점검했습니다.”

지역마다 당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거리서명전에 함께했다. “조합원들과 당 간부들의 관계가 동지적으로 깊어졌습니다. 당이 이 일을 자기 일로 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정말 든든했습니다.”

국회에서 학교급식법이 통과될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조합원들이 ‘우리 힘이 이렇게 세구나’, ‘우리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10만을 돌파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생겼습니다.”

박 위원장은 이번 경험이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노동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당의 정신과, 노동자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활동이 결합될 때 승리한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명분이 좋은 운동이라도 대중이 주체가 되지 않으면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당의 정책을 반드시 해내고야 만다는 자세, 그리고 노동자가 주인으로 나서는 운동. 이것이 이번 경남 10만 서명이 남긴 가장 큰 교훈입니다.”

경남의 경험은 노동자 직접정치가 현실의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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