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진보당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대안 ‘공공서비스 공영화를 위한 지역공공자산’이라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진보정책연구원 책임하에 국민입법센터가 연구를 수행하였고, 진보당의 주요한 정책 간부들이 이 새로운 정책수립에 참여하였습니다. 너머 독자들의 지역공공자산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 차례 나누어 정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재생에너지 전환, 왜 시급한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3년 기준 약 9%로, OECD 평균(30%)에 한참 못 미칩니다. 태양광·풍력만 따지면 일본(12%), 중국(16%)보다 낮은 5%에 불과합니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도 국내 핵발전소에서는 12년간 137건의 사고·고장이 발생했고, 윤석열 정부는 노후 발전소 수명 연장을 허용해 위험을 키우고 있습니다.

또한 석탄화력발전은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과제입니다. 2023년 한국은 COP28에서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서약에 동참했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 요구는 글로벌 대기업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철강, 자동차, 조선 등 한국 주력 산업들은 재생에너지 기반 전환 없이는 국제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은 기후 대응, 산업 생존, 국민 안전, 에너지 복지까지 걸린 전방위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민간 중심 전환의 한계와 불평등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대기업과 민간 금융자본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상풍력 사업의 절반 이상은 외국계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발전공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은 6% 남짓입니다. 강원 태백가덕산풍력 사례를 보면, 총사업비 1,850억 원 중 민간 금융권 자금이 1,480억 원(약 80%)을 차지하고, 지자체 출자금은 8.8%에 불과합니다. 지역 주민의 출자는 소액에 그치며, 일부 주민만이 연 10~11% 수익을 얻습니다. 언뜻 ‘주민 참여형 모델’로 보이지만, 실상은 민간자본 중심의 수익구조에 지역이 끼어드는 수준입니다.

민간 주도 확산은 환경, 공동체, 생업에도 파급력을 미칩니다. 값싼 산지·농지에 태양광 설비가 무분별하게 들어서며 환경 훼손, 소음, 경관 훼손, 일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합니다. 주민 동의 없는 사업 추진은 공동체 갈등과 토지·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임차농, 귀농인, 저소득층이 삶의 터전을 잃기도 합니다. 농민들은 “농지에 패널만 깔리고 돈은 외지 자본이 챙긴다”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더 큰 문제는 에너지 주권 약화입니다. 2024년 기준 해상풍력 발전 허가 물량의 약 60%를 외국계 자본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발전 설비, 기술, 운영까지 장악해 향후 한국의 전력 공급과 가격 결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민간사업은 수익성이 낮아지면 언제든 투자 철회로 이어질 수 있는데, 최근 쉘(Shell)이 국내 해상풍력 사업에서 철수한 사례가 이를 보여줍니다. 공공 주도 없이 민간 중심 전환이 이어진다면, 에너지 전환은 불평등 해소가 아니라 새로운 불평등을 낳을 위험이 있습니다.

 

중앙집중형 공급 구조, 지역 불평등 고착

한국의 에너지 공급 체계는 오랫동안 중앙집중형이었습니다. 수도권에서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대형 화력·핵발전소를 짓고, 장거리 송전망을 건설해 전기를 보내왔습니다. 서울의 전력 자립률은 약 10%, 수도권의 재생에너지 자립률은 고작 1.8%입니다. 농산어촌은 생산 부담과 환경·건강 피해를 감내하고, 수도권은 생산 부담 없이 소비만 누리는 구조가 고착되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남, 전북, 제주 같은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과 태양광 설비를 집중해 수도권까지 송전하려는 계획은 기존 중앙집중형 모델의 반복입니다. 밀양, 청도, 홍천 같은 지역은 송전탑 건설로 주민 간 갈등과 소송, 공동체 파괴, 환경 피해라는 사회적 비용을 이미 치렀습니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역별 재생에너지 자립을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우선 사용하고, 주민 복지, 산업 유치, 농림어업과의 공존으로 연결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에너지 전환이 지역 희생이 아닌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공성과 지역 자립이 해답

진보당은 자연력(태양, 바람, 물, 열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는 공공 소유·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민간 참여는 공공이 최소 30~50% 지분과 의사결정권을 가진 조건에서만 허용하자고 제안합니다. 각 지자체는 에너지 자립 계획을 세우고, 발전사업자는 일정 부분을 ‘자연력 활용 부담금’으로 납부해 지역 에너지 복지, 기후 대응, 정의로운 전환 재원으로 쓰도록 해야 합니다.

제주도의 ‘공풍화’(바람은 모두의 것) 개념은 풍력발전 회사가 수익 발생과 상관없이 ‘바람자원 사용료’를 내야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2012년부터 시행된 제주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지역 에너지 자립과 복지사업에 기여해 왔습니다.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지역 자립은 지역사회에도 이익입니다. 먼저, 농어촌 지역에는 에너지 자립이 에너지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등유 난방, 석유 농기계에 의존하는 농촌에서는 난방비와 연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주민 생계 안정으로 직결됩니다.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지역 자립은 산업시설 입지 허가 조건과 연계되어 재생에너지가 있는 비수도권으로 산업시설이 옮겨가게 하는 방향으로 작동해 지역소멸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민 참여와 의견 수렴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의 균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전남에서 시작된 실험

전라남도는 2022년 「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며 전국 최초로 재생에너지 공영화 모델을 마련했습니다. 이 조례는 시·군, 지방공사,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이 공영화를 추진할 경우 전남도가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했습니다. 주민 의견 수렴, 민원 조치, 지역사회 공존사업, 재생에너지 공영·공존위원회 설치 등도 포함되었습니다.

이 조례는 전국에서 ‘재생에너지’와 ‘공영화’가 동시에 명시된 유일한 조례로, 전국적 논의를 여는 중요한 선례로 평가됩니다. 전남에서 시작된 실험은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적용 가능한 공공주도·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모델을 상상하게 합니다.


정의로운 전환까지 함께 가야

에너지 전환은 노동 전환의 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산업부 조사에 따르면 석탄발전소 30기 폐지 시 약 5천 명이, 그중 70%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공공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우선 고용되고, 기존과 동등 이상의 노동조건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현재 민간 중심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유지·보수 분야가 하청·용역 중심으로 운영돼 저임금, 영세성, 안전 취약 문제가 심각합니다. 공공부문 중심의 재편 없이는 기후위기 대응의 공공성을 지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은 불가능합니다.
 

불평등 해소의 대안, 지역공공재생에너지

2024년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미설정을 헌법불합치로 판단했고, 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충을 약속했습니다. 국민 83%가 재생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그 방향과 방식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습니다.

진보당은 민간 주도의 한계를 넘어, 공공이 주도하고 주민이 참여하며, 지역이 자립하는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역공공재생에너지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답입니다.

불평등 해소의 새로운 대안, 지역에서, 공공에서, 지금부터 함께 만들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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