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이면 윤석열 내란이 일어난 지 1년,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77년이 된다. 윤석열은 정치적 반대세력을 적으로 규정하고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한다며 내란을 정당화했다. 국가보안법이 존속하는 한 내란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77년 동안 정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국민을 억압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양심·표현·학문의 자유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으면서 사실상 ‘헌법 위의 헌법’처럼 군림해온 대표적 악법이다.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면서도, 무엇이 그러한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인지, 어떤 표현이 ‘찬양·고무’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하지 않는다. 판단의 기준을 ‘정황상’,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막연한 추정과 해석에 맡겨 죄형법정주의와 행위형법의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해 온 것이다.


 이 법은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평화통일운동을 ‘반국가 활동’으로 낙인찍고 탄압하는 데 동원된 이데올로기적 억압의 핵심 도구이기도 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책과 글, 강연과 연구, 노래와 연극이 ‘이적 표현물’, ‘찬양·고무’로 둔갑했고, 실질적 폭력행위와 무관한 사상과 표현만으로 수많은 예술가와 교육자, 학생과 시민운동가가 구속·기소돼 삶이 파괴됐다. 이미 형법에는 내란·외환·간첩 등 국가의 존립을 실질적으로 해치는 범죄를 처벌할 규정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 표현과 사상의 영역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끌고 들어오는 국가보안법을 굳이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법 몇 조를 손보는 개정으로는 자의적 적용과 인권 침해의 역사를 되돌릴 수 없다. 전면 폐지만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회복하고, ‘반대 의견을 범죄화하는 정치’에 종지부를 찍는 길이다.

 시민의 힘으로 내란을 제압한 2025년에도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다.

 11월 12일 이정훈 반도평론 대표가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제8조(회합통신)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북에 관한 도서를 저술했고(참고로 이 대표는 북한 연구자다), 국정원이 ‘북한 공작원’이라 지목한 인물과 접촉했다는 혐의다.

 그러나 그 인물의 신원이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으며, 검찰 측 증인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고 군사정권 시절 공소장 ‘받아쓰기’ 판결을 재연했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10월 23일 국가보안법 고무·찬양 혐의로 기소된 노동단체 회원들이 1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고, 9월 26일에는 윤석열 정부가 기획한 ‘대규모 간첩사건’의 피해자 신동훈 씨는 2년 9개월 만에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한 번 찍힌 ‘간첩’ 낙인이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현실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만이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존엄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이재명 정부가 남북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한 어려울 게 분명하다. 정보 교류, 연구 협력, 시민 간 접촉, 문화·학술 교류 등 평화 프로세스의 필수적 요소들이 모두 국가보안법에 걸린다. 학자의 저서, 연구자 간 이메일 한 통, 전시·도서·자료 교류조차 ‘찬양고무’나 ‘회합통신’으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현실에서 남북대화를 추진한들 얼마나 갈 수 있을까.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국가보안법은 폐지는 필수다.


 이미 국제사회도 30년 넘게 국가보안법이 보편적 인권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해왔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는 수차례 폐지 또는 개정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004년, 2020년, 2024년 세 차례 같은 취지로 권고했다.


 희망적이게도,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이 올해 들어 다시 힘이 붙고 있다. ‘국가보안법7조부터폐지시민운동연대(대표 박미자)’를 비롯한 105개 단체는 지난 7월 1일 국회 본관 계단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1203인 선언’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이어서 10일, 국회 5만 입법청원 운동을 시작해 전국적 폐지운동의 구심을 만들어오고 있다.
 

 박 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가 ‘내란 심판의 완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의 쿠데타 시도에서 국가보안법이 다시 ‘반국가세력’ 프레임의 무기로 작동할 뻔한 사실을 지적하며, “내란세력을 단죄하려면 내란의 무기였던 국가보안법부터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를 잡아가던 일제의 치안유지법 택갈이, 군사정권의 반대세력을 탄압하던 도구, 지금은 표현과 사상을 억압하는 헌법 위의 악법. 국가보안법, 이제는 정말로 폐지할 때가 됐다.

 윤종오 원내대표가 이달 내 국가보안법 폐지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진보당이 앞장서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민주공화국 완성과 평화통일 기반을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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