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한 달이 좀 지났다. 대책의 핵심 내용은 조정지역 확대, 15억 이상 고가주택 담보대출 제한, 실거주 의무 강화다. ‘갭투기’를 막기 위한 극약 처방이라고 볼 수 있다. 집값 안정 효과에 관한 평가는 반으로 갈려 여전히 갑론을박이 뜨겁지만, 이번 대책은 일시적 조치이고 공급이든 세제 개편이든 빨리 후속조치가 따라와야 한다는데는 대충 의견이 모이는 듯하다. 어쨌든 다가오는 지방선거 최대 쟁점이 부동산일 것 같다.

10월 24일, 진보당도 ‘집 걱정 없는 나라 만들기 특별위원회(위원장 손솔 의원)’를 출범했다. 공급, 세제, 금융, 주거복지 등 광범위한 부동산 정책에서 진보당은 불평등 해소와 서민 부담 경감을 원칙으로 몇 가지에 집중하려고 한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로 정치권부터 투기와 결별해야

부동산 정책 입법의 열쇠를 쥔 국회의원 5명 중 1명은 다주택자다. 22대 국회의원 295명 중 60%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강남 3구에만 54채가 몰려 있다. 이들의 부동산 자산은 평균 19억 5000만 원으로 국민 평균(4억 2000만 원)의 5배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곧 본인의 자산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들의 갭투기 이력이나 부적절한 발언까지 합쳐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까지 일었다. 국민들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에 불신을 품는 게 당연하다.

정치권이 먼저 부동산 투기와 결별해야 한다. 진보당은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발의했다. 부동산 백지신탁은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한 부동산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미 주식은 그렇게 하고 있다. 정책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관계자로 얽히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도 2022 대선에서 이미 공약했던 바다. 국민의 신뢰 속에서 부동산 정책을 밀고가려거든 백지신탁제부터 도입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필수 과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 자체가 부동산에서 기인한다. 모두가 감각하고 있던 것을 국회 입법조사처가 ‘다차원적 불평등지수’ 분석을 통해 데이터로 확인했다.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다소 개선됐지만,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불평등은 되레 심화됐다. 일해서 벌어들이는 임금으로는 자산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고, 집 한 채가 만들어내는 불로소득이 모든 차이를 결정하면서 세대 간 이동 사다리가 완전히 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OECD 평균인 0.33%의 절반도 안된다. 10월 기준 서울 실거래가 58.5억 원인 아파트 보유세(종부세 포함)는 월 150만 원 정도다. 서울 원룸 월세 평균이 72만 원임과 대조하면 몹시 부조리하다. 세부담이 낮을수록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고, 부동산 투기 수요가 늘면서 집값은 더 오른다.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자산이 부를 결정하는 구조를 멈추려면 불로소득에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고 보유세를 강화해 투기 목적의 주택을 시장으로 되돌려야 한다.


소외된 무주택자·세입자·청년

2023년 기준 전국 43.6%, 서울 51.7%가 무주택 가구다. 다인 가구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큰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42%로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청년 인구 286만 명 중 1인 가구 비중이 64.5%다. 국민의 절반이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이 늘 유주택자·투자자의 언어로 설계된 탓일까, 무주택자·세입자·청년의 이야기는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다. “십몇억 하는 아파트 사는데 대출을 몇억 못 받게 하다니 현금부자만 집사라는 거냐”는 이야기가 다른 세상 이야기 같은 사람들. 집값이 올라도 고통받고, 내려도 깡통전세로 심장 졸이는 이들.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이 너무 커서 식비를 줄이거나 더 열악한 집으로 밀려나는 이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감당 가능한 주거’를 위해 진보당이 제안하는 6대 정책

-적정임대료 제도 도입 및 전월세 인상 상한

2025년 9월 기준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72만 원, 전세 보증금은 2억 1,486만 원으로 RIR(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률)은 30%를 넘는다. 일반적으로 20% 초과 시 주거비 부담이 과중하다고 판단하니 이미 한계다.

세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를 사회적 기준으로 정의하자. 지역별로 임대료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매년 ①주택의 평형, 연식, 입지, 관리상태 등에 따라 적정임대료를 결정·고시하고 ②전월세 가격, 물가인상률, 소득 증가 등 지역별 경제여건을 감안하여 인상률을 결정하자. 모든 임대용 주택은 등록과 보증보험을 의무화하고, (재)계약시 <적정임대료+전월세 인상률> 범위 내에서만 전월세 가격을 정하도록 해 과도한 인상은 법적으로 무효화 한다.

-세입자 계속거주권 보장

2023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은 3.4년, 자가점유자는 11.1년이다. 퇴거 불안 자체가 불평등을 키운다.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세입자의 계속거주권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 1회 허용된 계약갱신청구권을 횟수 제한 없이 허용하여 주택임대차 계약은 세입자가 원할 경우에만 해지할 수 있도록 하자. △임대료 계속 체납 △건물 훼손 △타 입주민 위협·위해 △임대인 직접 거주 등의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경우, 임대인이 직접 입증자료를 지자체에 제출해서 승인받아야 한다. 임대인의 가족이 거주할 경우 소유권까지 이전해야 하며, 주택을 매각하거나 임대인이 직접 거주할 경우 임차인에게 6개월 전에 통보해야 한다.

-꼼수 월세, 관리비 규제

현재 전월세 신고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관리비는 신고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꼼수가 판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7월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들(보증금 동일)의 평균 월세는 하락했지만 평균 관리비는 상승했다. 또한 관리비가 10만 원을 넘을 경우 세부 내역을 공개해야 하지만 안 해도 임대인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국토부가 구체적인 관리비 항목(청소비, 소모품비, 공용전기·수도, 건물 유지관리, 소규모 수선비 등)을 포함한 관리비 표준 회계양식을 고시해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주거비 지원 확대

2025년 주거급여 대상은 중위소득 48% 이하로 1인 가구는 월 소득 1,148,166원 이하, 4인 가구는 월 소득 2,926,931원 이하다. 지급액은 1인 가구는 1급지(서울) 352,000원, 2급지(경기·인천) 281,000원, 3급지(광역시) 228,000원, 그 외 지역 191,000원이다.

중위소득의 60%(1인 가구의 경우 1,538,542원) 이하로 대상자를 확대하고, RIR 30% 초과분을 지원해 주거비 지원 대상과 금액 모두 늘리자. 단, 쪽방촌의 사례(그해 주거급여액이 곧 월세다)를 참고하여 주거비 지원이 월세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거 품질, 임대료 규제와 연동해야 한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세입자 권리 강화

‘전세사기’ 사태로 현행 법제가 임차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갑을관계가 명확한 임대차계약에서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더 필요하다.

먼저 임대차계약 등기를 의무화하고, 등기 시 대항력이 발생하도록 한다. 그리고 임대인이 고의로 보증금 반환을 지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임차인에게 미반환 보증금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한다. 현재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떼여도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제한적이므로 임대차등기나 임차권설정등기가 된 경우 임차인에게도 경매신청권을 부여한다. 또한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의 범위는 임대차계약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최저’가 아닌 ‘살만한’ 기준

한국의 최저주거기준은 14년 전 개정된 기준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최소면적, 필수 설비 기준, 구조, 환경 기준 모두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낮은 수준이며, ‘안전’을 보장하는 구체적 기준이 없을뿐더러 강제성도 없다. 전체 가구의 3.8%가 여전히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최저주거기준을 상향하고 준수 의무를 둬야 한다. 반지하 주택 등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을 전수조사하고, 지자체에 개선명령 권한을 부여하자. 기준에 미달했다고 무조건 퇴출시키는 게 아니라 지자체가 임대료 동결과 세입자 거주 보장을 조건으로 주택 개선 사업을 지원하고, 신규 임대는 금지하는 방식이면 된다. 수선 정도로 개선이 불가능할 경우 거주자들이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까지 해야 한다.

그리고 최저주거기준 보다는 한 단계 높은 유도주거기준을 고시하자. 이 정도 되어야 살만한 집이라는 기준을 만들어, 공공에서부터 신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적용해 차츰 민간주택에도 확산하게끔 하자.
 

주거권은 기본권이다. 집이 있든 없든, 전세에 살든 월세에 살든, 누구나 적절한 품질의 주택에서,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쫓겨날 위험 없이 살아야 진짜 서민 주거 안정이다. 진보당은 불평등 해소와 무주택자·세입자·청년이 집 걱정 없는 나라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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