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너진 한계, 현실이 된 전략적 유연성의 확대

법무법인 율립 함승용 변호사

2026-04-01     너머

2026년 2월 18일, 오산 공군기지 소속 미 7공군 F-16 편대가 한국군과의 사전 협의 없이 단독 출격하여 서해상에서 중국 전투기와 대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실탄을 장착한 채 이틀간 170여 차례나 출격한 미군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넘어 중국 측 공역에 근접 기동했다. 이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당시 상황을 보고받은 직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전화해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전력 운용의 변화가 공역에서의 대치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2026년 3월 초, 성주 기지의 사드 발사 차량들이 오산 기지를 통해 역외로 반출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일부를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 당국은 공식 확인을 유보했으나, 이재명 대통령은 “일부 방공무기 반출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이를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언급하며 사드 자산의 역외 유출을 사실상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전략적 유연성’의 확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의사와는 별개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확대는 한국을 제3국의 분쟁으로 끌어들일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하지 않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주한미군의 주둔과 한미동맹의 성격과 기능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또한 이는 단순히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한정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1조는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하고 또한 국제관계에 있어서 국제연합의 목적이나 당사국이 국제연합에 대하여 부담한 업무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를 삼갈 것을 약속한다.”고 정하고, 제3조는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규정한다. 이는 조약의 기본적 성격을 보여준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미 군사협력의 출발점이자 목적이 ‘평화’와 ‘방어’에 있음을 명확히 한다.

한편,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성격은 단순히 문언으로 이를 해석할 수 없다.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조약은 당시 한반도 안보 상황, 특히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중심으로 하여 체결된 것이고,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즉, 조약은 태평양 지역 전역을 관할하는 집단안보의 성격보다는, 한반도라는 특정한 공간에서의 현실적 위험에 대한 방호를 전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또한 제4조는 어떠한가. 미국이 대한민국 영토와 그 부근에 군사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한 이 조항은 주한미군 주둔의 법적 근거가 된다. 그러나 이 조항을 근거로 주한미군이 어떠한 군사작전에도 제한 없이 투입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조약은 그 목적과 체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런데 제4조는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를 제공하는 규정이지, 그 운용이나 작전 범위를 제한 없이 확대하는 것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사항은 단순한 문언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주한미군의 주둔을 전제로 한 군사력의 운용이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는지에 관한 해석은, 결국 주한미군이 어느 범위까지 그 운용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와도 직결된다. 즉 ‘대한민국 방어를 위한 전력’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에 주둔한 미국의 전력’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주한미군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무관하게, 조약의 성격과는 별개로 미군 글로벌 전략 수행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이 문제는 헌법 위반의 여지도 존재한다. 헌법 전문은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것을,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선언한다. 만약 선제공격전략을 채택하여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주한미군에게 한국이 군사 기지를 제공하고 주둔비용을 부담한 것은 그 자체로 침략적 성격의 군사행동에 가담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이 외국군대의 침략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앞서 본 헌법상 평화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는 다른, 이를 넘어서는 문제인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되는 안보는 정책결정자가 가장 신중히 선택해야 분야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리는 것이,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인가. 이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