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대전환과 일자리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

2026-03-05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장

 

1. AI 기술변화와 정부·자본의 정책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는 기술 및 시스템으로 인간의 학습·추론·문제해결·지각·언어이해 등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AI의 판단은 사람처럼 이해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연산력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 추론·예측하는 것이다.

2026년 1월 기준 세계적으로 월간 활성 이용자가 챗지피티는 약 8억 명을 넘었고, 제미나이는 약 7.5억 명을 돌파하였다. 한국에서도 2026년 1월 챗지피티 월간 활성 이용자가 1,400만 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인터넷 도입보다 약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 모든 국가에서 필수 인프라가 되었다. 이제 AI를 모르면 적응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

머신러닝은 인간이 정답을 찾기 쉽게 특징을 알려주면 AI 모델이 데이터 학습을 통해서 공통의 패턴을 찾지만, 딥러닝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데이터를 넣어주고 목표만 제시한다. AI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통하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 패턴을 파악한다. 이는 인간의 편견을 예방할 수 있어 더욱 완벽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생성형 AI는 대규모 텍스트를 학습하여 언어의 규칙과 의미를 스스로 터득하여 문장 맥락을 보고, 다음에 나올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한다. 이렇게 데이터 정보를 바탕으로 단어를 하나씩 선택해 문장을 완성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생성이다. 이런 AI는 소프트웨어 기반 프로그램으로 챗봇, 클라우드 앱, AI 비서 등이다.

AI 기술변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AI 모델 개발’, ‘GPU와 HBM 등 AI 반도체 개발’,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구축’ 등에서 AI 경제를 선점하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가 이루어졌다. 빅테크 기업 등 거대 자본이 AI 경제를 주도하면서, 현재는 인프라 투자에서 신제품(AI 에이전트, 온디바이스 AI, 피지컬 AI 등) 출시로 중심축이 이동했고, 관련 종목을 생산하는 기업의 주가는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도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으로 코스피가 6300을 돌파하였다.

정부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AI혁신 생태계 조성’, ‘범국가 AI기반 대전환’, ‘글로벌 AI기본사회 기여’ 등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여 기술 개발, 산업 진흥, 인재 양성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과 규제완화, 인프라 구축, AI 기술 보급 등 교육·훈련을 추진하고 데이터센터, 고성능 GPU 도입, 한국형 소버린 AI 개발 등에 민관 합동으로 1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관점은 AI 성능과 발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므로, 모든 국민이 AI 활용 역량을 가져야 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AI에 과도하게 의존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 AI 시스템이 가진 모순, AI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대책 등은 부재하다. AI는 사회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현재 과기부 주도의 기술혁신과 산업진흥 차원의 대응을 넘어 사회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동, 청년, 교육, 환경, 교육, 시민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한다.

 

ⓒ 현대자동차그룹 2025.07.13

2. 아틀라스 출현과 일자리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소프트웨어 AI 모델과 달리 피지컬 AI는 물리 세계에 존재하므로, 3차원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인간과 신체적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인간처럼 물리적 작업을 수행한다. 피지컬 AI는 개발비와 생산비가 높지만, 하나의 로봇에 축적된 지식은 클릭 한 번으로(파일 전송) 다른 로봇과 공유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학습 과정이 필요 없이 한 로봇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피지컬 AI는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 위험한 일, 단조로운 일 등을 24시간 수행할 수 있다.

최근 현대차가 선보인 아틀라스 로봇이 유연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노동조합은 고용 문제를 우려했고, 경영계는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러다이트 운동을 경계했다.

현대차그룹은 약 1조 원에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여 최대 주주가 되었는데, 이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아니라 로봇 기술을 ‘미래 모빌리티’, ‘제조’, ‘물류’ 혁신의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현대차가 자동차 회사에서 로봇 회사로 발전할 수 있는 장기 로드맵이 될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초기 미 국방부 자금이 투입되어, 여기서 개발된 로봇은 미국에서만 생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산업의 핵심인 로봇의 개발·생산과 최첨단 전기차, 철강, 부품 생산 등이 모두 미국에서 이루어지면서, 현대차그룹 사업의 중심이 미국으로 이전할 수 있는 조건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 30,000대 규모 생산 기반을 미국에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아틀라스는 초기에는 부품 서열 공급, 라인 공급, 반복·표준화된 조립 등을 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보다 복잡한 조립도 가능할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내연기관의 전기차 전환으로 부품 수가 30% 정도 감소되며, 이미 가공라인은 대부분 자동화되었고 조립라인의 자동화도 증가 추세인데 아틀라스가 도입되면 고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틀라스는 스트레치(물류 로봇)와 함께, 우선은 물류, 창고, 부품 공급 등에 도입되어 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나아가 회사 입장에서는 높은 연봉의 노동자들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싶은 유인이 클 것이다.

진보당 울산시당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자의 81%가 일자리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산업전환기 일자리에 대한 질문에서 5,000명 이상이 응답했는데 직무조정, 고용축소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이 51%, 이미 일자리 위협을 체감하고 있다는 응답이 30%였다. 정부와 울산시의 과제로는 고용안정과 직무전환 지원 정책이 42%, 정년연장 및 재취업 대책이 25%로 응답했다.

 

고용은 가계소득과 경제 성장의 기반으로 국가 경제 선순환(고용-소득-소비-생산)의 핵심축이다. 고용은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종합지표이며, 물가와 함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고용률이 높으면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가 좋아지며, 실업률이 높으면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으니 경제가 위축된다. 나라 경제 안정의 기반인 고용이 흔들리면 내부 갈등과 충돌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

자본이 눈앞의 이익만 보고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면, 로봇은 소비하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으며, 자동차를 구입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지역경제와 국가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또한 넘쳐나는 실업자를 부양하기 위해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고, 사회 갈등과 충돌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며, 정부는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거나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

 

3. 일자리 미스매칭
 

역사적으로 볼 때 기술의 변화는 노동의 종말을 가져오기보다는 직업과 직무의 변화를 가져왔다. 지속적으로 전통적인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다.

AI에 의해 전통산업(제조업, 건설, 유통, 물류)은 물론 금융직, 사무직, 개발자 등도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난다. 데이터 라벨링, 콘텐츠 필터링, 머신러닝 엔지니어, 프롬프트 엔지니어, 사이버 보안,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설계, 블록체인 개발자, AI 인프라 설치 및 운영(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 전력, 유지보수 등), 디지털 커머스(전자상거래 + 소셜·라이브·모바일커머스 + 디지털 마케팅·고객관리·물류최적화) 등이다. 제조업에서도 생산직은 감소하나 로봇 정비·수리·보전, 연구개발 및 로봇 엔지니어링, 정보통신 및 시스템 통합, 스타트 팩토리 운영 및 관리, 로봇 대량생산 등에서 일자리가 늘어난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총고용이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양극화와 직무 전환이 쟁점이 되고 있다. 지금도 인력 부족으로 이주노동자 고용이 130만 명을 넘었고 플랫폼·특수고용·영세사업장 등 불안정노동의 수요는 넘쳐난다. 질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인데, AI시대에는 고숙련·고임금의 전문 인력과 저숙련·저임금 노동(프레카리아트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불안정 일자리로 데이터 라벨링, 콘텐츠 필터링 등 플랫폼노동)으로 일자리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될 것이다. 문제는 40~50대 실직자(중간계층)가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고숙련·고임금의 전문직으로 가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저숙련·저임금 노동으로의 하락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이들은 기술혁신과 산업전환의 저항 세력이 되기 쉽다. 고숙련 전문직은 구하기 어렵고, 전통적인 노동과 단순 일자리는 넘쳐나는 일자리 미스매칭이 발생한다. 여기서는 임금·노동조건의 평준화 및 교육·훈련의 강화로 직업전환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4. AI시대 일자리 대책
 

AI시대 국가는 사람 중심 고용 전략을 수립하고 산업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기술의 목적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고 보완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설정해야 한다. 인간이 AI의 지원을 받아 더 고차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설계하면, 인간의 일자리는 지속될 수 있다. AI가 요약·초안 작성 같은 일을 빠르게 도와주지만, 사람의 글쓰기 역량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역할이 “편집자·관리자”로 바뀌는 것이다. 피지컬 AI도 마찬가지이다. 로봇은 반복적이고 위험하고 무거운 일을 담당하고 인간은 상황판단, 우선순위 결정, 품질 최종판단, 예외처리, 안전관리 등을 담당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기술이 바뀌어도 일자리가 완전히 없어지기보다는 형태가 바뀌어 왔으므로, AI시대에도 판단·소통·관리 같은 영역은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 크웰렌 엘링그루드 소장은 “우리는 사람의 업무 스킬 중 70%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AI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거나 문제를 정의하지 못한다. 가령 우주선을 발사할 때 최종 목적지가 달인지 화성인지, 어떤 궤도로 비행할지 AI는 스스로 정할 수 없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판단하고, 방법을 고민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AI의 경제적 가치도 결국 사람이 어떤 목적을 세우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AI는 스스로 목표를 정하거나 문제를 정의하지 못하므로, 방향 결정과 최종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둘째, 기술도입의 속도를 조절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고용과 노동 존중은 국가의 기본 책무로 국제 경쟁력보다 더 중요하다. 비용 절감으로 근시안적 이익을 얻는 것보다는 고용안정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도입의 속도를 조절하여 인위적인 실직을 줄이고, 생산성이 향상된 만큼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셋째, 국가와 기업은 교육·훈련과 평생교육을 제도화하여 직무 전환, 전직 등으로 일자리를 보장하고, 실직 등에 대해서는 기본소득 등으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