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선거 이슈 ① 수도권 집값 상승과 주거정책

2026-02-05     김정엽 보좌관 (윤종오 의원실)

1. 떨어질 줄 모르는 수도권 집값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정확히는 서울 강남 등지와 일부 수도권 집값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50주 동안 단 한 번의 하락 없이 오르기만 했다.

집값은 왜 이리 오를까? ‘공급 부족’이란 진단을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집값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금리나 시중 유동성이 매우 큰 변수다. 돈이 많이 풀리면 자산 가격이 상승한다. 이때 집값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코로나19 당시 각국이 돈을 풀자 전 세계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집은 가장 비싼 재화다. 소수의 ‘현금부자’가 아니라면 대출을 받아야 살 수 있다. 금리나 대출 한도도 영향을 준다. 보유에 대한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 집을 사고 팔 때 내야 하는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도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집값 등락은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공급, 금리, 유동성, 세제 등이 당시의 상황에 따라 서로 맞물려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따라서 어느 한 가지 처방만을 고집해선 안 된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절대반지’는 없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각각의 요인을 진단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 ‘주택의 금융화’

□ 금융규제를 풀면 집값이 오른다

집값은 금융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금융 규제를 완화하면 집값이 오를 수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면 사람들은 집을 사려 할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구매 행렬에 합류할 수 없다. 이때 누군가에게 돈을 빌릴 수 있다면 수중에 돈이 없는 사람들도 집을 살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집값이 오른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택금융의 역할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주택·부동산의 금융화’를 가능하게 만든 것도 주택담보대출 제도다. 주택담보대출은 그동안 ‘집 없는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과도하게 팽창한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을 끌어올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심지어 윤석열 정권은 저리의 정책대출을 크게 늘려 안정되던 집값을 다시 끌어올리기도 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과도한 팽창은 은행의 기능도 왜곡시키고 있다. 은행이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보다는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부동산금융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진보당은 그동안 일관되게 부동산 금융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권 시절부터 은행의 위험가중치 조정, 가계부채 총량 규제 등과 같은 적극적인 금융 규제 조치를 요구했다. 위험가중치 조정은 은행으로 하여금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을 줄이도록 하는 조치인데, 당시에만 해도 이는 ‘금융시장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으로 치부되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별다른 주목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자본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진보당의 주장이 일부 현실화한 것이다.
 

□ 미사여구로 포장된 위험한 주장, ‘금융 문턱을 낮추자’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이를 다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애초부터 금융규제에 부정적이었던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안에서도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청년과 최초 주택 구입자에 한해 미래 소득을 기반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을 90%로 적용해 ‘금융의 문턱을 낮추자’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자산은 많지 않아도 소득은 안정적인 청년들의 자가 소유에 제약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이런 주장 자체가 일리가 없진 않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분명하다. 집값 상승의 불길에 기름을 더 끼얹는 격이 돼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미사여구로 포장돼 있긴 하지만 결국 ‘빚 내서 집 사라’는 것이고, 그 피해는 청년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주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중요한 정치적 시사점도 있다. 최근 보수진영에서조차 ‘자산불평등’을 지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진보담론의 확산’으로만 보기 어렵다. 고소득-저자산 계층이 갖는 불만의 표출이란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대출 규제가 자산 형성 기회를 박탈(‘사다리 걷어차기’)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자산불평등에 대한 해법이나, 그로 인한 변화의 방향도 진보당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런 주장이 언론이나 정치권을 통해 과대대표 되면서 주거안정이라는 주택정책의 본령은 흐려지고, 자산이득에 대한 욕망에 불을 붙이는 식의 논의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집값과 세금

□ 부동산 세금, 조세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운용해야

세금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거나, 집값을 잡으려 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부동산 세금 인상과 집값의 관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세금을 올리면 집값 상승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 이 경우는 보유세 인상이 집값 안정에 기여하게 된다. 반면 집값 상승 정도가 매우 가팔라 보유세 인상에 대한 부담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라면 보유세 인상의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이처럼 세금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분명히 단정 짓기 어려운 면이 있다.

부동산 세제는 부동산 시장 상황보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조세의 기능은 재정운용에 필요한 재원 확보, 소득과 부의 재분배다. 보유세인 재산제는 지방재정의 주요 재원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국세이면서도 세입 전부를 기초단체로 교부하는 지역균형발전 재원으로 사용된다. 또 고가의 부동산 소유자에 대해 과세해 조세의 형평성을 실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동산 세제는 이와 같은 조세 원칙을 충실히 구현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운용해야 한다. 세금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여론에 굴복해 과세 강화 원칙을 포기할 것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를 불식하는 게 더 중요하다. 부동산 세금 증세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면 세금의 집값 안정화 기능은 더 커질 수 있다.
 

□ 부동산 세금 얼마나 어떻게 늘려야 하나?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보유세 비중이 높다고 주장한다. 총조세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2022년도)은 5.15%로 OECD 국가 평균(3.75%)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GDP 대비 보유세 비중 역시 1.23%로 OECD 평균(0.97%)보다 높다고 말한다.

이런 수치 자체는 ‘사실’이다. 하지만 보유세 부담 수준에 대한 ‘진실’은 아니다. 나라별로 조세수입 구조가 달라 적절한 비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조세에서 보유세 비중이 높은 이유는 소득세 등 다른 세금의 비중이 낮아서다. 또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19.0%)은 OECD 국가 (25.4%)에 비해 낮다. 이런 사정 탓에 보유세 부담이 높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보유세 부담 수준을 비교하려면 총조세나 GDP 대비 비중보다는 ‘부동산 가치에 대해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는가’, 즉 실효세율을 봐야 한다. 우리의 실효세율은 대체로 0.15% 내외인데 OECD는 0.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효세율이 낮다’는 말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가격은 비싼데 세금은 덜 내고 있다’는 뜻이다. 보유세 증세의 여지가 그만큼 더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세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선 윤석열 정권의 부동산 세금 감세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은 90%로 높이기로 했던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69%로 낮췄다. 이를 되돌려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낮췄다. 이 역시 환원해야 한다. 한편, 종합부동산세는 공정시장가액을 기초로 해서 세액을 결정하는데, 이 역시 실제 가격과는 차이가 있어 종부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폐지해야 한다.

부동산세제는 그동안 다주택자를 규제하고 한 채를 보유한 사람에게는 여러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개편돼 왔다. 부동산 시장 구조와 상황이 바뀌고 주거 형태가 바뀌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대표적이다. 최대 80%에 이르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과도한 혜택을 줄여야 한다. 보유 요건도 실거주 요건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보유 주택 수보다는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

 

4. 어떤 공급이냐가 중요하다

□ 공급 확대로 집값을 잡을 수 있나?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은 직관적인 설득력이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경제적 상식에도 맞는다. 그러면 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잡힐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80년대 후반 집값이 폭등할 때 정부는 1기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을 대량 공급했다. 치솟던 집값이 안정됐다. 하지만 그 뒤에는 공급 증가와 집값이 따로 갔던 경우가 많았다. 공급도 집값에 중요한 변수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공급이 위축되고, 이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과 다르다. 우선 공급 효과가 과장돼 있다. 용적률 상향으로 공급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기존 주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서민 주거환경 악화를 초래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뉴타운 사업의 원주민 재정착률은 27.7%, 길음뉴타운은 17%였다. 원주민 대다수가 새 아파트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떠난 것이다. 또 재개발·재건축은 구역지정부터 착공까지 15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시장 안정화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투기심리를 부추겨 부동산 상승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재개발·재건축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강남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강남에 집을 대규모로 공급하자는 견해도 많다. ‘땅’의 특성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 강남의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주거환경이 좋을 뿐 아니라 일종의 ‘지위재’가 됐기 때문이다. 강남의 공급을 더 늘리면 강남은 다른 자원도 더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뿐이다. 결국 강남 집값은 더 뛴다. 갈증 난다고 소금물을 마셔선 안된다.

강남으로 몰리는 현상을 해결하려면 보유세부터 올려야 한다. 보유세를 올리면 보유세를 낼 수 없는 고자산 계층의 매물이 시장에 나와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 보유세를 낼 능력이 없는데도 예전에 집을 샀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계속 거주한다면 그야말로 ‘자본주의 원리’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 아닌가.
 

□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

공급 확대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 물론 공급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재개발·재건축도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 할 수는 있다. 다만 집값을 안정시키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 공급 효과를 냈던 ‘신도시’ 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공급 대책에서 고려해야 한다. 강남 같은 선호 지역 문제는 보유세 인상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긴 했지만, 1인 가구 증가나 서울 집중 경향 등을 고려하면 공급 확대의 필요성도 원천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떤 공급이냐다. 민간에만 맡기면 난개발이나 개발이익의 사유화와 같은 부작용을 제어하기 어렵다. 공적주택 위주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충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위해서는 우선 공급목표를 적극적으로 세우고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 시절 낮춘 공공임대 목표치를 복원하는 것에 머물러선 안 된다. 다음으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체계 개편도 필요하다. 지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사실상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대규모 건설임대주택 공급이 주가 되던 시절에는 이와 같은 체계가 효율적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공급체계를 분권화하고,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