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법 개정, 노동자 직접정치가 만든 변화

2025-12-30     권누리 기자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염원이자 진보당의 핵심사업이었던 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가 본회의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은 당, 원내, 노동조합의 3위1체 팀워크가 만들어낸 빛나는 성과이자, 진보당이 표방하는 ‘노동자 직접정치’가 실질적인 제도 변화를 만든 쾌거다.

“우리가 하니까 법도 바뀌더라”

학교급식법 개정은 급식실에서 반복돼 온 산재와 폐암, 인력 이탈과 급식 붕괴의 위기 속에서 학교급식노동자들이 쌓아온 요구가 정치적 힘으로 조직되고, 제도로 이어진 과정이었다. 이번 개정 운동은 노동자의 요구가 어떻게 정치가 되고, 그 정치가 어떻게 법으로 구현되는지를 보여준 노동자 직접정치의 실천 사례였다.

정혜경 의원은 학교급식법 개정의 출발점을 “급식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존엄의 문제였어요. 급식실 노동자들은 고강도 노동과 유해한 작업환경 속에서 일해 왔고, 폐암 산재까지 발생했지만 법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학교급식실은 오랫동안 고위험 노동 현장이었지만, ‘조리실무사’라는 직종조차 법에 명시되지 않은 채 방치돼 왔다. 정 의원은 “조리실무사가 법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건, 존재 자체가 제도에서 지워져 있었다는 뜻”이라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를 노동자 개인과 학교 현장에 떠넘겨온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좋은 법안보다 중요한 건, 통과시키는 힘”

학교급식법 개정안 발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동안 법안은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창년 대표는 “문제는 법안의 존재가 아니라 정치적 힘이었다”고 짚었다.

“법안은 이미 여러 개 나와 있었어요. 그런데 그 법안을 실제로 통과시키려면, 이해관계를 넘어설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이걸 노동자당만의 사업이 아니라, 당의 전면적인 사업으로 가져가자고 결정했습니다.”

진보당은 학교급식법 개정을 당무위원회에서 주요 사업으로 확정하고, 100만 청원운동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노조가 하는 서명운동이 아니라, 당이 주체가 되어 광범위한 연대 조직을 만들자는 판단이었다”며 “당원들이 지역에서 직접 시민을 만나고, 광장의 힘을 쌓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절박함이 국회를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학교비정규직노조의 역할도 결정적이었다. 민태호 위원장은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현장은 이미 한계였습니다. 사람이 계속 빠져나가니까 남은 사람들이 더 많은 식수를 감당해야 했고, 그게 다시 산재와 이탈로 이어졌어요. 법을 바꾸지 않으면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노조는 청원운동과 함께 파업과 농성에 나섰고, 국회 앞과 국회 안 농성까지 이어졌다. 민 위원장은 “국회 안에 농성장이 차려졌다는 것 자체가 정치권에 엄청난 압박이었다”며 “우리 조합원들의 절박함이 그대로 국회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정혜경 의원 역시 국회 안 농성의 의미를 강조했다. “법안이 지지부진하니까,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국회 안에서 농성을 하니 의원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현장의 절박함이 정치권에 직접 전달된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느낀 정치의 효능감”

절박했던 만큼 법안이 교육위를 통과했을 때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민태호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정말 많이 울었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투쟁은 많았지만, 실제로 바뀐 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바꿨다’는 말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우리를 위한 법이 생겼다는 효능감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습니다.”

정혜경 의원 역시 이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퍼포먼스나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법이 바뀌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노동자 직접정치가 남긴 시사점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김창년 대표는 “노동자 직접정치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법과 제도를 목표로 삼고, 당과 노조, 광장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때 실제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은 노동자 후보 발굴과 지역 정치로도 이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민태호 위원장은 노동의 요구가 지역의 요구로 확장된 점을 강조했다. “급식 문제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문제이기도 했어요. 노동의 요구가 지역의 요구와 만날 때 정치적 힘이 커진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과제, 시행령 투쟁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끝난 것은 아니다. 정혜경 의원은 “진짜 싸움은 시행령”이라고 말했다. “배치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 법의 성패가 갈릴 겁니다. 현장에서 ‘법이 통과되니 사람이 한 명 더 들어왔다’는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은 노동자의 요구가 정치가 되고 제도로 구현된 경험이었다. 이 경험이 반복되고 확장되면서 진보당의 노동자 직접정치는 더 위력을 가질 것이다. 당은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더 넓은 영역에서 노동자 직접정치의 가능성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