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1년, 진보의 책임과 역할 더 커졌다” 김재연 상임대표 인터뷰

2025-12-01     신하섭 기자

 

- 12.3 내란 이후 1년이 지났습니다. 소회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던 만큼,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잘 실감되지 않습니다. 판에 박힌 표현일 수 있지만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고, 한국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을 온몸으로 겪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계엄날 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시다면.

계엄 소식을 듣자마자 신촌에서 곧장 국회로 향했고, 선포 10여 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경찰에 의해 국회가 봉쇄되기도 전이었죠.

본청 222호 앞에서 벌어진 아수라장 같은 현장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바리케이트가 세워지고, 보좌진과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대응하고, 헬기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침입했던 진보당 옆방에는 그날의 파손 흔적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 탄핵 가결, 선고, 대선, 정권교체까지 이어진 과정도 짧지 않았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남태령’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어떻게 퇴진 광장의 불씨를 살릴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구호는 어떻게 외칠지, 음악은 어떻게 틀지, 어떻게 판을 만들어 시민들을 모아낼지 끝없이 고민했죠.

그런데 남태령에서는 시민들이 스스로 판을 만들고, 광장을 움직이는 힘을 보여주셨어요. ‘이 힘이 반드시 한국 사회의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 확신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내란은 막아냈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가장 큰 문제는 여전한 ‘불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평등한 현실을 비집고 들어온 내란 세력이 민주주의를 흔들었고, 지금도 극우적 퇴행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위기는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습니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광장의 요구, 특히 불평등 문제의 해결이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고, 이를 추진할 정치적 힘이 모이지 않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 내란청산 과정에 대한 국민적 불안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신지.

탄핵 투쟁 과정에서 ‘100년 권력’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친일, 독재, 극우로 이어진 뿌리가 깊은 세력을 하루아침에 뽑아내긴 쉽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죠.

그 시간을 단축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치적 심판입니다. 국민의힘을 ‘국민의 힘’으로 심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여론 지형을 보면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불안이 시민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진보정당, 특히 진보당이 더 강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한미 통상협상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셨습니다.

정부가 협상을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국민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끝까지 버티지 못했는가를 따져보면, 결국 자동차 관세 부담이라는 기업 논리가 작동했다고 봅니다.

일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3천억 달러에 달하는 국부 유출을 감수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재벌 대기업의 이익이 곧 국익인가, 트럼프의 미국과는 끝까지 맞설 수 없는 것인가. 정부가 이 두 질문 앞에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고, 한국사회 지배세력의 오래된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 정부의 외교안보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지요.

이재명 정부는 다자주의를 통해 돌파구를 열고자 했지만, 정작 가장 방해가 되는 미 트럼프 정부에 맞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평화를 위한 결단, 예컨대 전쟁훈련 중단 같은 조치도 결국 미국 눈치를 보면서 실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이전 정부의 퇴행을 바로잡는 모습이 있지만, 근본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은 아직 부족합니다.


- ‘코스피 5000’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에 대한 진단은.

지금 코스피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것 자체가 ‘성장주의 중심’ 경제기조의 위험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청년들이 빚을 내서 주식에 뛰어드는 상황을 정부가 경고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기는 듯한 분위기도 매우 위험합니다. 국부 유출, 산업 공동화가 현실화될 경우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할 대책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6대 구조개혁'도 성장 중심 프레임을 벗어나야 합니다.


- 현정부의 확장재정-감세 기조에 대한 평가는.

매우 모순적입니다. 재정을 투입해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야당 시절 비판하던 감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금투세 폐지 등은 현 정부의 지지층 조차 우려가 있는데, 코스피 부양 하나에 매몰된 느낌이 강합니다. 재벌 감세, 낙수효과에 기대는 정책이 과연 서민, 노동자, 청년에게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 집권여당의 모습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됩니다. 관세 협상에서 트럼프 정부의 무리한 요구를 단 한마디도 비판하지 않았고, 조세 정책도 약속과 다르게 후퇴하고 있습니다. 정치개혁은 한 발도 떼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 12.3 내란 1년, 남아 있는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단연 국민의힘에 대한 정치적 심판입니다. 여론조사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결국 승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갈립니다. 지방권력에서 국민의힘을 최대한 멀어지게 만들고 고립시키는 것. 그것이 핵심 과제라고 봅니다.

국민의힘이 여전히 30%대 중반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견제심리'입니다. 집권여당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충분히 보이지 않으니 국민의힘이 대안처럼 활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보당이 가장 선명한 목소리를 가진 정당으로서 정책적 차별성, 내란청산의 투쟁성, 풀뿌리 정치력을 명확히 보이겠습니다. 존재감을 키우는 책임은 중앙당, 대표단, 의원단에게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당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광장의 요구와 약속을 반드시 실현해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은 당시와 다릅니다. 연대해야 할 대상도 더 넓어졌습니다.

그러나 1년 전 우리가 얻은 교훈과 책임감은 그대로 간직해야 합니다. 내년 지방선거는 내란세력의 완전한 심판을 위한 마지막 결전입니다.

지금은 자축할 때가 아니라 절치부심하며 이를 악물고 달려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당원 여러분과 함께 그 길을 반드시 완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