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와 인도의 줄타기 외교

2025-10-02     신미연 자주평화통일위원장

*  [세계는 지금] 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핫이슈들을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서방의 갑질을 비판한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중국 텐진에서 제25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렸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2001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과 함께 만든 다자 협의체로, 2017년 인도·파키스탄, 2023년 이란, 2024년 벨라루스 등이 추가로 들어오면서 현재는 회원국이 10개국으로 늘었다. 이번 회의는 SCO플러스 형식으로 확대되었으며 약 21개국 정상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의장국인 중국 시진핑 주석은 연설에서 ‘주권평등’ ‘국제법 준수’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회원국에 무상원조 20억 위안(약 3900억 원)과 주요 회원국 은행에 추가 대출 100억 위안(1조 9500억원)을 제시하고 브릭스 신개발은행(NDB)에 이어 상하이협력기구(SCO) 개발 은행 설립 계획을 내놓았다.

이어 “냉전적 사고방식, 진영 대결, 괴롭힘(覇凌, 갑질)에 반대”하고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과 세계무역기구(WTO)를 주축으로 하는 다자 무역 체제를 수호“한다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행동을 강조했다.

 

7년 만에 중국에 방문한 인도 모디 총리

이 자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인도의 모디 총리였다. 2020년 인도와 중국은 히말라야 계곡에서 국경 분쟁으로 유혈사태까지 벌어진 이후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그런데 지난해 모디-시진핑 정상회담에 이어 올해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중국, 러시아, 인도 3개국 정상이 다함께 모여 의기투합 하는 장면, 이는 북한, 중국, 러시아가 한 자리에 모인 중국의 전승절과 함께 글로벌 질서 지각변동의 상징이 되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의를 두고 “시진핑 주석이 비서방 국가 정상들을 불러 모아 미국에 ‘더 이상 당신들이 결정권을 쥐고 있지 않다‘고 과시하는 자리“라고 보도했다.

 

중국 견제 위해 미국과 밀착

인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국이자 동시에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를 중시해 왔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 어느 한쪽에도 가담하지 않고 소위 ‘제3세계’와 함께 비동맹운동을 이끌어왔다. 그런 인도가 중국이 빠르게 부상하자 경계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건설, 군사기지 확대 정책을 보며 중국이 아시아 패권을 추구한다고 의심해 왔다.

2014년, 모디 총리는 취임 후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일본과의 협력을 대폭 강화했다. 2017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인 쿼드(Quad 미·일·호주·인도)에 가입해 공동 군사 훈련을 확대하고 방산 관련 협력을 강화했다. 또 미국 기업들이 생산지를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등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3년(2021~2023년) 동안 평균 7% 이상의 경제 성장을 기록했다. 미·인도 교역 규모는 2000년 약 200억 달러 수준에서 2024년에는 2,123억 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 사이 인도는 세계 제5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인도, 미국과 중국 사이 줄타기 외교

그러나 인도가 무조건 미국의 뜻을 따른 것은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도는 미국의 대러 제재 요구에 동참하지 않았다. 오히려 값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40%까지 확대하며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챙겼다. 인도-러시아간 무역은 달러 대신 루피-루블 결제로 확대됐다. 러시아는 인도에게 특별한 파트너다. 인도는 러시아 무기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로 인도군 보유 장비의 60~70%가 러시아산이다. 또 인도의 군사 전력 대부분을 러시아와 공동개발했다.

한편 트럼프는 인도에 러시아 원유 수입 문제를 제기하며 최고 수준인 50%를 부과했다. 여기에 인도-파키스탄 국경분쟁에 트럼프는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고, 모디 총리는 "어떤 외부 세력도 중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공개비난 하면서 갈등은 더 심해졌다.

물론 인도가 미국과 돌아서고 중국·러시아 쪽으로 기울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모디총리는 중국을 방문하기 전 일본을 찾아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질서의 새로운 축을 구축하겠다’고 천명했고, 일본은 인도에 680억 달러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에 과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인도–태평양 질서 유지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줄타기 외교를 넘어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로

흥미로운 것은 인도가 단순히 트럼프 관세에 반대해 SCO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디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시대에 뒤떨어진 틀에 가둘 수 없다”며 남반부 개발도상국의 입장이 더욱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질서를 강조했다.

모디 총리의 이번 행보는 그동안 인도가 지향해온 글로벌 사우스의 협력이 SCO나 브릭스 등이 추진하는 다극화 세계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누군가는 인도 모디 총리의 외교가 불안한 외줄타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특정 진영에 종속되지 않고 지정학적·전략적 지위를 활용해 독립적이고 실용적인 외교를 펼쳐왔고 그 어느 때보다 위상이 높아졌다. 세상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지금, 한국도 미국일변도 정책에서 하루 빨리 나와 다극화로 가는 국제무대에 뛰어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