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친환경무상급식을 지키기 위한 100만 청원운동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 100만 청원운동>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민중행동 박석운 공동대표, 전국민중행동 안지중 상임집행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영이 회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김광창 위원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민태호 위원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김수정 수석부위원장이 참석했으며 진보당에선 비정규직노동자 출신 정혜경 국회의원도 함께했다.
기자회견에서 민태호 위원장은 “폐암 산재 판정이 급증하여 180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학교급식실 폐암사망 대책은 없다”며 “골병에 사람이 죽고 다치는 급식실에서 사람은 떠나고 부분위탁으로 확산되고 있어 무상급식이 무너지고 있다”고 고발했다. 정혜경 의원은 “학교급식이 K급식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되었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나오면서 봉착한 한계, 극복해야 할 과제가 누적되었다”며 “학교급식은 안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공동대표도 “무상급식으로 시작된 학교급식의 사회적 책임이 이제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넘어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을 향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서 노동자들과 학부모가 함께 먼저 이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산재로 쓰러지고 방학중에는 무임금을 버텨야 하는 학교급식노동자들
사실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의 산재 소식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폐암 산재 승인 건만 180여 건이지 그 외에도 근골격계질환은 전체 노동자의 90% 이상 겪고 있으며, 깨끗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요리와 청소를 하던 도중 화상을 입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칼에 베임 등의 사고는 수없이 일어나지만 비급여 치료로 본인부담금이 상당하여 치료를 포기하는 일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일도 있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김수정 수석부위원장이 겪은 일이다. 수년 전에는 학교급식실의 환기시설 기준이 없었다. 김수정 수석부위원장은 환기시설이 고장난 조리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쓰러졌지만, 병원에 가지 못한 채 잠깐의 휴식 후 다시 조리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그 누구도 김 부위원장을 책임지지 않았다. 당장 학생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요리를 멈출 수 없었다. 만약 한 명이 일을 멈춘다면, 그 업무량이 나머지 노동자들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급식 배식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산재사고뿐만 아니라 방학기간 무임금 문제도 있다. 학생들이 학교를 나오지 않는 기간 동안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름방학 3주, 겨울방학 2달의 짧은 기간에 다른 장소에서 노동도 불가하다. 물론 방학 중 급식실 청소 등으로 소정의 급여가 나오지만 사실상 거의 무임금 수준으로 이 기간을 버텨야만 한다.
‘급식대가’로 불리며 전국민적 관심을 받았지만, 여전히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내몰려 일터를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
지난해, 방송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일명 ‘급식대가’ 이미영씨가 실제 자신이 만든 학교급식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퀄리티가 높다며 “나도 먹고싶다”등의 반응을 보이고 부러워했지만, 실제 그 메뉴를 만들기까지 고생한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의 삶까지 이해하진 못했다.
매일 초‧중‧고생들의 점심식사를 책임지기 위한 학교급식실 공간은 사실상 전쟁터에 가깝다. 초등학교 11시 20분, 중학교 12시, 고등학교는 12시 40분의 점심시간을 맞추려면 짧은시간 고강도 압축노동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 급식메뉴가 회자되면서 각 학교 사이의 메뉴 경쟁도 상당하다. 메뉴판에 이름은 하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 먹는 ‘마라탕’이 하나의 예다. 여러 재료를 하나의 탕으로 끓이는 마라탕은 전처리라 불리는 재료를 다듬는 양부터가 상상초월이다.
그뿐만 아니라 1인당 감당해내야 할 배치기준도 충격적이다. 공공기관 조리종사자 1인당 식수인원을 보면 군대가 75명, 병원이 32명이다. 학교급식법을 만든 국회도 본관의 조리종사자 1인당 식수인원은 77명이다. 그러나 서울의 초‧중‧고 학교급식실 조리종사자 1인당 식수인원은 137명, 경기도는 153명이다. 공공기관보다 평균 2~3배의 높은 배치기준으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엄마의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이 먹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맛, 위생 모두를 놓치지 않고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고강도, 고위험, 저임금의 급식노동을 버티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서울교육청의 급식노동자 신규채용 미달률은 80%에 달한다.*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2025년 신학기 학교 급식실 노동실태 설문조사
슬며시 고개를 든 민간위탁, 친환경급식의 위태로움
학교급식이 인력난을 겪다 보니 슬그머니 민간위탁이 그 자리를 꿰차려 하고 있다. 2024년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학교급식을 외주로 맡긴 학교가 전년 대비 약 34% 증가했다. 운영 자체를 민간에 위탁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도시락 등 외부 운반 방식을 택한 학교도 48곳이나 된다. 친환경급식은커녕 여름철 식중독과 같은 위생 안전에 위협을 받는 급식의 형태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급식의 질이 저하되고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 문제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민간위탁은 즉석식품으로 이뤄진 급식에 대한 유혹이 충분하다. 해외에서도 냉동피자, 치킨너겟 등 냉동 즉석식품으로 된 학교급식으로 인해 아동‧청소년의 비만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왔고 일부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유기농식재료를 조달하는 등의 노력이 최근에서야 이어지고 있다. 만약 우리가 민간위탁으로 인해 친환경무상급식을 포기한다면 세계적인 추세와 다르게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에선 이미 준비가 되어있다. <학교급식법 전면개정안>
안전한 노동과 행복한 급식을 위해 가장 먼저 움직인 국회의원이 있다. 바로 진보당의 정혜경 국회의원이다. 22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1호 법안으로 지난해 6월 17일 <학교급식법 전면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급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운영환경 자체를 안전하게 조성하자는 것이 그 취지다.
이 개정안에는 급식노동자의 건강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장할 수 있도록 책무로 규정했다. 또한 학교급식위원회를 설치해 급식종사자 1인당 식수 인원을 조절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시설을 개조하고 보수할 뿐만아니라 노동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심의하도록 했다. 그리고 학교의 일이기 때문에 학부모와 당사자인 급식노동자까지 학교급식위원회에 대표로 참여하게 했다. 이는 행정중심‧탁상행정을 줄이고 현장에서 당사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친환경무상급식의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다.
물론 법안이 제출만 되었다고 저절로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정혜경 의원은 법안의 취지를 해설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위해 간담회를 시작했다. 지난 9월 9일에는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와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후 학부모 단체와 국회 상임위인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과도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후위기시대, 식량주권도 지키는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 100만 청원운동’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은 기후위기시대에도 절실하다. 올해처럼 역대급 폭염과 폭우 속에 식량 가격의 불안정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마음 모두를 졸이게 한다. 친환경무상급식은 단순히 유기농뿐만 아니라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하여 저탄소 생산과 가공의 최소화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절감하면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식량체계 전환을 촉진시킨다.
안전한 노동을 보장한다면 급식실의 외주화는 중단되고 기후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특히나 급식실이 위태롭다면 아이들의 밥상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 심각성은 농민들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농민들이 정성껏 지은 쌀과 채소, 과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마저도 안전하게 아이들의 밥상에 오르지 못한다면 농민의 땀과 생명도 헛되이 낭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먹거리부터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열며 식량주권 실현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을 지키기 위해선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100만 청원운동으로 국민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
20여 년 전 안전한 먹거리, 주민정치참여를 시도하던 그때 그 마음으로
친환경무상급식제도가 들어온지 불과 14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도 초‧중‧고등학교에서 전면실시된 것은 채 5년도 되지 않는다. 이제 친환경무상급식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보편적 복지로 자리잡았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보편적무상급식 실시반대 주민투표가 좌절된 이후 그 누구도 학교의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해 공격하지 않는다.
우리사회 상식으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20여년 전, 안전한 먹거리를 평등하게 보장하고자 했던 열망으로 시작한 친환경무상급식 운동은 주민참여운동의 모범사례로도 꼽힌다. 야간자율학습이 강제로 진행되던 시절, 다자녀가정에서는 7~8개의 도시락을 싸보내며 돌봄노동의 고충을 더했고 IMF이후 가계 양극화로 인해 학교급식비를 내지 못해 밥을 먹지 못하는 청소년이 늘어났다.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청소년을 가난한 아이로 낙인찍고, 부자급식VS가난급식이라며 밥상에서부터 빈부격차를 느끼게 했다. 이에 2006년 학교급식법 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시민사회가 요구하며 함께 지금의 친환경무상급식을 이뤄낸 것이다. 평등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사회적 분위기, 이를 받아 이끌고 나간 시민사회, 제도적 정비를 위한 국회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문제가 도래했다.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과 엄마의 마음으로 아픈 손목을 부여잡고 암에 걸려가며 어떻게든 밥을 해냈던 급식노동자들의 건강문제다. 학교 밖에서는 이따금씩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거나 반찬이 부실해져 지역 맘카페가 난리 나야 관심을 갖는 게 전부다. 이대로 두었다간 학교 안에서 급식을 만들어내는 노동자도 이를 먹고 자라는 학생들도 모두 되돌릴 수 없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10월 1일(수) 오전, 광화문에서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 100만 청원운동본부(준)’ 출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추석 전 지역별 운동본부 출범이 예정되어 있다. 이후 본격적인 청원운동이 시작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국민들이 넥스트레벨로 나아가기 위한 마음이 충만한 지금이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을 만들기 가장 좋은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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