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해소의 새로운 대안, 공공서비스 공영화와 지역공공자산 ③지역공공교통

③지역공공교통

2025-09-01     조민경 정책실장

올해 4월 진보당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대안 ‘공공서비스 공영화를 위한 지역공공자산’이라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진보정책연구원 책임하에 국민입법센터가 연구를 수행하였고, 진보당의 주요한 정책 간부들이 이 새로운 정책수립에 참여하였습니다. 너머 독자들의 지역공공자산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 차례 나누어 정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27년 만의 울산 버스 노선 개편! 남은 것은 시민 불편!
 

2024년 말 울산의 버스 노선 개편이 27년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울산 시내버스는 수송분담률(2024년 기준)은 10%로 전국 최하위였지만, 재정지원금은 매년 연간 1,600억원, 하루로 치면 시내버스에 4억 4,000여 만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전국 최상위 수준이었습니다. 울산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을 줄이고, 비효율적인 노선 재정비를 하겠다며 버스노선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울산시는 1998년 광역시로 승격한 이후 도시 성장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버스도 그대로 노선을 늘려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지역보다 더 넓은 면적을 운행하는 ‘장대노선’, 확대되는 도시형태를 그대로 반영한 ‘굴곡노선’이 많았습니다. 그 탓에 버스 이동이 길어지고, 버스 이용률이 떨어진다고 보고, 울산시는 버스노선 개편을 시행했습니다.

불합리한 노선 개편, 재정 절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버스 노선 개편을 시행했지만, 남은 것은 시민의 불편뿐이었습니다. 시민이 그동안 이용하던 노선이 사라지고, 환승시간이 길어져서 요금을 두 번 내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시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울산시는 4차례에 걸쳐 미세조정을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불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지하철이 없는 울산. 버스가 사실상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인 상황에서 일방적인 버스노선 개편은 시민들의 이동권만 제약하게 되었습니다.

 

버스 노선 문제, 왜 발생하는가
 

버스노선 개편으로 시민의 불편이 늘어나는 일은 비단 울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시는 2024년 8월에 경기도 의정부시와 서울 수유동, 종로를 잇는 106번 버스를 폐선했습니다. 하루의 1만여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버스였지만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시민들의 항의로 이를 보완하는 106-1번 버스가 신설되었으나 기존 노선과 달라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시민의 발이라고 하는 버스. 하지만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버스 노선 개편 문제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핵심적 요인은 노선 운영이 민간운송업체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수익성과 비용 절감 논리가 우선이 되면서 시민의 편의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습니다.

대표적 대중교통은 철도, 지하철, 버스입니다. 그중 철도는 전부, 지하철은 대부분 공영제(공공이 직접 운영하거나 관리·감독하는 제도)로 운영됩니다. 하지만 버스는 전체 운행 버스의 2%만이 지방자치단체가 직영 또는 공단에 위탁하는 공영제로 운영됩니다. 지역 내 전체 노선을 공영제로 하는 완전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전남 신안군, 강원 정선군 뿐입니다.

서울, 부산 등 대다수는 지자체가 민간운송사업자에게 노선소유권도, 운영권도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수입금은 민간운송업체와 지자체가 함께 함께 관리하되, 지자체는 운송업자의 표준수익을 보전하면서, 버스가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노선조정의 권한을 가집니다. 이를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라고 하는데, 준공영제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민영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노선권을 정부가 아닌 민간운송업체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공공버스의 경우만 좀 다릅니다. 버스노선의 면허권 및 운영권을 지자체가 소유하고, 입찰경쟁을 통해 일정기간만 운송업자에게 운영권을 위임하는 노선관리형 준공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노선관리형 준공영제가 많지만, 우리는 대다수가 사실상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버스노선의 핵심 문제는 버스의 관리·운영 주체에 있다는 것을 국민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진보정책연구원이 2024년 9월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내셔널어젠다 조사에 따르면, 대중교통 완전공영제 실시에 대해 68%가 공감한다, 16.7%가 공감하지 않는다, 13.2%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대중교통 완전공영제에 공감하는 이유로 81.6% 노선과 관련한 내용을 뽑았습니다.

 

우리나라 버스준공영제의 실태


사실상 민영제인 우리나라 버스준공영제의 문제는 버스노선에만 있지 않습니다. 운송업체의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 속에서 지자체의 보조금을 먹는 ‘세금먹는 하마’가 되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2014년 2,538억원이던 재정지원금이 2023년에는 약 8,915억원으로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시민을 위한 ‘착한 적자’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버스 회사의 손실을 서울시가 전액 보전해주다보니 대규모 배당을 노린 사모펀드까지 서울 버스회사 인수에 뛰어들었습니다. 차파트너스가 소유한 서울 버스의 배당성향은 14%에서 최대 204%에 달했습니다. 연간 벌어들인 당기순익보다 많은 돈을 대주주에게 배당형태로 지급하기도 한 것입니다. 이처럼 투자자의 이익에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모펀드는 고수익을 내고 먹튀하는 습성을 버리지 않고, 알짜 기업을 매각하고, ‘먹튀’할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서울의 한 시내버스 업체 대표가 직원의 임금은 수차례 체불하면서, 회사 자금 31억여원은 개인에게 대여하거나 횡령한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가짜 직원 급여 및 유류비·정비비 부풀리기, 표준운송원가 과다 산정, 운행실적 허위 입력 등으로 보조금을 과다하게 수령한 사건들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보조금이 민간 버스회사의 배불리는 수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 국민의 세금인 재정지원금은 늘어만 가지만, 버스이용자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버스를 완전공영제, 노선관리형 준공영제로 전환하자.
 

신안군은 전국 최초로 시내버스 공영제를 도입했습니다. 공영제 이전엔 33개 노선 14개 업체에 평균 6억원 상당의 재정지원금을 지원했지만, 운송사들이 적자를 호소하며 버스 운행을 멈춰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런 민간운송업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공영제를 도입했습니다. 현재에는 117개 노선과 69대 버스가 곳곳을 다니고 있으며, 50만 명의 주민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이동권을 제약하고, 민간 버스의 불로소득의 원천이 된 버스 민영제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현재 버스시스템은 1935년 조선총독부가 발령한 「조선자동차교통사업령」 및 시행규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지역별 사업자가 지역 독점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그대로 제도화했고, 오늘날에 이르게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버스가 공공교통으로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공공교통이 아니라, 대중교통이 더 보편적인 말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양적 수송 능력만을 강조하는 ‘대중교통’이라는 말에는 공공서비스의 공공성, 시민의 교통기본권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이제 대중교통을 공공교통으로 전환하고, 그에 걸맞게 교통체계를 구축합시다. 그 시작은 버스의 운영체계를 노선관리형 준공영제, 완전공영제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버스 공영화 방안
 

우선 현행 버스면허를 한정면허로 바꿉시다. 현재는 버스노선권이 ‘무기한 노선권’이 되어서 수익 창출의 수단이 되어 있습니다. 버스회사에 사유화되어 있는 노선 면허를 ‘5년 한정면허’로 전환하여, 공공성, 시민 편익, 안전성 기준으로 갱신하거나 공공이 소유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노선권은 사업자의 재산이 아니라 시민이 위임한 공공서비스 권리가 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대중교통법」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고칩시다. 두 법에 대중교통의 공공성 강화의 방향을 뚜렷하게 담고, 대중교통법에는 버스공영제, 노선관리형 버스준공영제의 정의 규정을 신설할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기본계획 수립 시 이를 실시하는 지역의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적자재정을 지원하는 면허는 한정면허로 한다는 내용을 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민참여제도를 의무화합시다. 노선 신설·폐지가 행정 편의나 사업자의 이해 중심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됩니다. 시민의 이동권을 철저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참여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주민참여 노선결정제도’를 신설하고, ‘주민참여 노선결정기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서두에서 이야기한 울산 버스 개편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됩니다.

 

파리의 15분 도시와 같은 상상력, 지역공공교통에서부터
 

‘15분 도시’는 2020년 이달고 파리시장이 재선거에 출마해서,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크게 알려졌습니다. ‘15분 도시’는 집에서 15분 이내에 주거, 일자리, 교육, 보건, 문화, 여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자동자 중심의 교통에서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이라는 전환이 담겨져 있습니다. 더불어 시민의 이동권 보장,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교통이라는 철학 또한 담겨있습니다. 한국처럼 버스 운영체계가 사실상 민영제였다면 이러한 파리의 실험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파리를 포함한 8개 도는 일드프랑스 지역교통공사(IDFM)가 교통계획을 수립하고, 노선·요금을 결정하며, 운영사 계약을 관리하면서 공공이 강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발인 버스를 민간의 수익 논리에 맡겨두는 한, 울산에서 드러난 버스 노선 개편 실패, 서울의 보조금 낭비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통은 이윤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 사회적 기본권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대중교통’이 아닌,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공교통’으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버스 완전공영제와 노선관리형 준공영제는 그 출발점입니다. 노선권을 시민의 권리로 되돌리고, 공공이 직접 책임지는 체계로 바꿔야 합니다. 그럴 때 파리의 15분 도시처럼, 시민이 편리하고, 환경친화적인 교통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불평등을 넘어, 지역의 공공자산을 구축하는 길, 공공교통에서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