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보당이 국회에 있으니 길이 열렸다” 정혜경 의원이 말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의 의미와 과제
노동자 ‘30년 세월의 한’이 풀리는 첫걸음 ‘기업 망한다’ 반발은 책임 회피일 뿐 실효성 있으려면 노동조합이 많아져야
노동자와 시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윤석열 정부의 두 차례 거부권을 뚫고, 내란과 광장의 투쟁을 지나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노동현장에도 커다란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혜경 진보당 의원을 만나 이번 개정의 의미와 과제를 들어보았다.
- 노조법 개정안이 드디어 통과되었습니다. 소회가 어떠신가요?
역사적인 순간이다, 이런 느낌입니다. 저는 직고용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IMF 이후 비정규직의 형태가 파견, 하청, 도급 등으로 끝없이 늘어나고 다양해졌습니다. 고용 구조가 변하면 그에 맞게 법과 제도도 바뀌었어야 하는데, 30년 동안 따라오지 못했어요. 그로 인해 노동자들은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왔습니다. 이번 개정은 노동자들의 ‘30년 세월의 한’이 조금은 풀리는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동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첫째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진짜 사용자와 교섭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원청에 요구조차 못 했죠. 쿠팡 물류센터에서 정규직은 냉장고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데, 하청 노동자는 아예 접근을 못 합니다. 이런 차별을 원청에 직접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거예요.
또 하나는 손배가압류 문제입니다. 쌍용차 사건만 해도 손배가압류 때문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까. 이제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그렇게 고통받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열린 겁니다. 노동자들이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는 헌법적 가치가 조금은 보장되는 거죠.
- 하지만 재계와 보수 언론은 거세게 반발했지요.
경총이나 보수 언론에서 “기업 다 망한다, 해외로 나간다” 이런 말도 많이 했는데, 책임 회피일 뿐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노동자들 책임지지 않고 자기들은 이윤만 더 챙겨왔잖아요. 이제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죠. 오히려 저는 노사 분쟁이 줄고 산업 평화가 증진될 거라고 봅니다. ‘산업평화촉진법’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예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명백한 내정간섭입니다. 자기 나라에서는 다 지키는 기준을 한국에서 못 지키게 막는 건 이중적이죠.
-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많았죠. 윤석열 정부 시절에는 거부권으로 두 번 무산됐고, 정권이 바뀐 뒤 민주당 안에서도 후퇴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어요. 기업 쪽 입장을 들어야 한다, 경총 안을 가져와서 조정하자, 이런 흐름이 계속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진보당이 민주노총, 시민사회와 함께 국회 안팎에서 강하게 압박했어요.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겁니다. 물론 개정안이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의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입니다.
- 그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역시 국회 농성입니다. 국회에서 진보당과 민주노총이 같이 농성한 건 처음이었어요. 원래는 국회의원에게만 농성이 허용되는데, 제 의정활동이라고 선언하고 민주노총과 함께 들어갔습니다. 그 땡볕에 천막 안이 40도를 넘었는데도 자리를 지켰어요.
저는 그 장면이 당과 현장, 광장과 국회가 함께 어우러진 투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이 지향해온 정치를 실제로 확인한 순간이었죠.
- 실제 차별 사례 중 인상 깊었던 게 있을까요?
너무 많습니다. 하청소속이라는 이유로 명절 휴가비를 절반만 받거나, 기본적인 대우조차 차별적으로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현대차 전주지회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마스크도 다르게 받았어요. 콜센터 지회장은 "진짜 사장과 교섭 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는 거냐"고 울분을 토하시기도 했습니다.
현장에 가보면 이런 비인권적인 차별이 일상처럼 이어지고 있어요.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울면서 발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울컥했습니다. 이번 개정은 이런 현장의 절실한 목소리가 모여서 이뤄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개정안에 담아내지 못한 과제도 있습니다
제일 아쉬운 건 '노동자 추정 원칙'이 빠진 겁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노동자로 본다는 원칙이 담겼더라면 훨씬 큰 진전이었을 거예요. 정부가 하겠다고는 하지만, 빨리 도입돼야 합니다. 그게 제 다음 책무입니다.
- 개정안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노동조합이 많아져야 합니다. 노조 가입률이 올라가야 교섭력이 생기고, 법도 제 역할을 합니다. 교섭은 기본이고, 우리가 원하는 건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아닙니까.
저는 늘 얘기합니다. 현장에서 노조 가입은 필수, 그리고 진보당 당원 가입도 필수라고요. 노조와 당이 같이 가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 이번 개정을 두고 ‘진보당의 존재 이유를 확인했다’는 평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 앞 농성을 하면서, 진보당이 원내에 없었으면 이렇게 못 했을 거라고 절실히 느꼈어요.
우리 당은 단순히 의석만 가진 정당이 아닙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생생히 국회에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에요. 그 점이 이번 개정 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 향후 추진하실 노동의제는 무엇인가요?
첫째는 단체교섭 효력확장법입니다.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비슷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는 산재와 관련된 권리 보장입니다. 작업중지권, 산재조사 참여권 같은 것들이 빨리 법제화돼야 합니다.
셋째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입니다. 이번 개정은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 끝으로 함께 싸워온 노동자 시민들, 그리고 당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국은 노동자들이 힘을 키워 투쟁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지요. 앞으로도 국민적 공감을 얻는 투쟁을 통해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교훈을 느꼈습니다.
당원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국에서 1인 시위, 피켓팅, 현수막 걸기… 다들 자신의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내주셨습니다. 그 헌신 덕분에 오늘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단결된 힘으로 세상을 바꿔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