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해소의 새로운 대안, 공공서비스 공영화와 지역공공자산 ① 왜 지역공공자산인가?
① 왜 지역공공자산인가?
올해 4월 진보당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대안 ‘공공서비스 공영화를 위한 지역공공자산’이라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진보정책연구원 책임하에 국민입법센터가 연구를 수행하였고, 진보당의 주요한 정책 간부들이 이 새로운 정책수립에 참여하였습니다. 너머 독자들의 지역공공자산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 차례 나누어 정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전기와 버스비는 가만히 있어도 오르니, 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거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시민들의 하소연입니다. 그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실질임금은 최근 3년간 연속 감소해 시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졌습니다. 불평등은 점점 심해져 한국의 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46.5%를 점유하고 하위 50%의 소득 비율은 16%에 불과합니다. 전기·가스요금과 대중교통비는 쉼 없이 오르고, 돌봄비용도 치솟고 있습니다.
빛의 혁명으로 내란을 막아내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이들은, 결코 계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추운 겨울 거리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그 ‘계엄 이전’은 불평등이 만연했던 지난 한국 사회를 뜻하기도 합니다. 정권교체 이후의 대한민국은 더 평등하고, 더 살기 좋은 나라여야 할 것입니다.
왜 지역공공자산인가?
불평등은 소득이나 자산 등이 특정 계층에 편중된 현상을 뜻합니다. 이를 해소하려면 한쪽으로 쏠린 소득과 부를 하위계층으로 이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진보정당이 그동안 해왔던 것은 상위계층의 소득을 하위계층으로 이전하는 방식의 복지정책, 조세정책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20년 넘게 이어진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구호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복지급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불평등이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때로는 대상화와 멸시의 시선이 접근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조세정책은 생산활동의 성과가 이미 한쪽에만 편중돼 축적된다는 것을 전제로, 소득과 불균형을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구조보다 그와 같은 구조가 낳은 결과를 사후 보정하는 것입니다. 복지정책, 조세정책 모두 필요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더 많은 정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차적 분배가 왜곡된 상황을 바로 잡지 못한다면, 불평등한 현실의 근본적 개혁은 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불평등을 지속시키는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소유’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불평등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자산 대부분을 자본이 소유하는 현재의 생산양식이 그 원인입니다. 특히 ‘불로소득’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현실에서, 소유구조 개편은 더욱 절실합니다. 진보당은 소유구조 개편의 새로운 시도로 ‘공공서비스 공영화를 위한 지역공공자산 형성’을 제안합니다. 지역공공자산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을 포함한 지역 공동체가 공유하는 자산을 말합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 공영화(재공영화)를 통해 형성하자는 것입니다. 진보당은 그 시작을 재생에너지, 공공버스, 금융에서부터 열고자 합니다.
헌법으로 돌아가자
현재의 불평등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제헌헌법을 돌아보면 ‘공공’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제헌헌법 제85조는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유로 한다’라며 자원과 자연력의 국유 원칙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자원과 자연력이 개인이나 사기업의 독점적 소유나 이용에 갇히지 않도록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금융, 교통 등 기본적 필수 서비스 분야는 국공영으로 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87조 제1문에서는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는 국가와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선언이며, 공공서비스는 단순한 행정기능이 아닌 헌법적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말해줍니다.
익숙하지 않은 개념일 수 있지만, 우리 헌법은 ‘사회국가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실질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구축할 과제의 실현을 국가목표로 설정하는 국가’라고도 표현하는데,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복지국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더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헌법정신을 가진 나라의 국민이, 돈이 없어서 수도와 전기가 끊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일 것입니다. 기본적 필수 서비스 공급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며, 공공서비스의 공영화와 지역공공자산 축적으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선택한 ‘재공영화’의 길
독일 함부르크시는 민영화됐던 에너지 사업을 2013년에 주민투표로 공영화했습니다. 이후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빨라졌고 시민의 에너지 접근권도 향상됐습니다. 프랑스 파리시는 2010년 물 공급을 공공으로 환원하고 수도요금을 동결하여 수질관리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시영 에너지 회사를 설립해 태양광 설치와 에너지 빈곤 가구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영국 브리스톨시는 지방정부 주도로 에너지 자립 실험을 진행했고, 스코틀랜드에서는 주민협동조합이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수익을 지역사회 복지사업에 재투자했습니다. 이탈리아 볼차노는 도시 난방 시스템을 공영화하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 중입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도 자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공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기후위기, 인구 고령화 같은 복합적 위기 상황에서 공공성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은 에너지, 물, 돌봄, 보건 등 주요 서비스를 다시 공공의 손에 맡기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공공서비스 공영화의 원칙
공공서비스 공영화와 지역공공자산은 단지 행정 개혁이 아니라, 불평등을 야기하는 소유구조를 개편하는 혁신적 대안입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시대의 요구, 민심에 부합한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무상교육과 무상의료가 현실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요.
에너지, 교통, 금융 분야에서 공공성이 복원된다면 국민의 삶도 한층 안정될 것입니다. 법과 제도에 공공부문의 역할과 참여의 필요가 명시될 수 있도록 합시다. 헌법뿐만 아니라 법률에 자원과 자연력의 국유 원칙 및 공공서비스 공영화의 원칙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지역공공자산 운용의 근거가 될 조례도 제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구체적으로 실행될 수 있습니다. 우루과이에서는 시민들이 물을 자연적 공유재로 보호하기 위해 ‘물은 인간의 기본권이다’라는 조항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물이 재공영화된 이후, 물 공기업에 시민이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시도가 필요합니다.
민주적인 통제 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의사결정기구에 노동자와 이용자 대표가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특히 노동자의 참여는 중요합니다. 공공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시민이자,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서 공기업의 운영에 참여한다면 효율과 투명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공공적 소유의 의미를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공공서비스의 공영화는 지역사회 부 형성으로 모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공영화된 서비스는 운영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고용을 창출하고, 발생한 수익은 다시 지역 내 공공 투자와 복지로 이어지는 구조적 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말고, 지금부터 공공서비스 공영화를 실현해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