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1기는 6.4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명과 20명의 지방의원을 배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비록 목표했던 16개 시도 전체 의원 배출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당원들로 하여금 ‘해볼 만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소중한 성과였다.

진보당 1기에 이어 원내진출의 막중한 책임을 안고 출범한 윤희숙 지도부는 ‘대도약’이라는 제목의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2024년 총선승리’라는 구체적 목표를 향해 향후 2년간의 모든 사업을 엮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향후 2년간의 여정이 담긴 진보당 2기의 사업계획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자.


‘반동 정치 시대’의 한복판에서

촛불혁명의 열망을 안고 탄생했던 문재인 정부의 미진한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등장이라는 희극적인 상황으로 이어졌다. 혁명의 실패가 반동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는 일은 역사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멀리 외국 사례까지 가져오지 않더라도 4·19혁명, 80년 서울의 봄, 87년 6월 항쟁 이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졌던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동’은 역사의 정방향을 거스르는 행태를 의미한다. 진보당 2기의 사업계획은 윤석열 정부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되어 퇴행적 정치 행위가 지속될 앞으로의 시간을 ‘반동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반노동, 반민주, 반민생, 반통일로 점철되고 있는 이 시대의 한복판에서 진보당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선명 야당, 대안 정당, 연대연합으로 대도약

첫째, 윤석열 정부의 거꾸로 가는 정치에 맞서는 ‘선명 야당’의 역할이 필요하다. 여기서 선명 야당이란 윤석열 정부에 맞서는 맨 앞자리에 진보당이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 뾰족한 선도적 활동만을 의미하거나 광장정치만을 강조하는 의미를 넘어 광범위한 노동자 민중의 든든한 벗이 되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는 것이다.

둘째, 기득권 양당 체제를 넘어서는 ‘대안 정당’의 면모가 필요하다. 2024년 총선까지 앞으로 2년 동안의 시간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더해 날로 심해지는 경제위기와 민생고가 다방면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높은 때이다. 이에 진보당이 기득권 양당 체제를 넘어서는 대안 사회·대안 국가의 전망을 제시하고 2024년 총선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진보 단결과 공동행동을 주도하는 ‘연대연합’의 방향이 필요하다. 진보정당의 단결과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노동 중심 진보 단결’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2기 진보당은 ‘자강에 기초한 연대연합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과 비례 모두 돌파해 ‘진보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그동안 진보정당의 선거전략은 비례 당선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진보당 2기 사업계획의 중요한 특징은 ‘지역구 당선자 배출’이 먼저이고 ‘비례 의원 당선자 배출’이 다음이라는 점이다.

지난 20여 년의 진보정당 역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당선된 적은 종종 있었지만, 영호남에서 동시에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만약 이번에 영호남에서 지역구를 돌파한다면 진보정치에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총선 태세 조기 전환’을 선포하고 올해 12월에 열리는 1차 총선후보 선출을 시작으로 내년 9월 정책당대회 전까지 모든 지역구 후보 선출을 마쳐 다른 정당의 후보보다 하루라도 먼저 후보 활동을 시작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

전국적으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지역구 후보의 수는 많을수록 좋다. 다만 과거와 같은 ‘비례를 위한 헌신’을 넘어 ‘지역집권전략 실현’을 위해 출마한다는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정태흥 정책위의장(공동대표)은 “중기적으로 2026년 지방선거 승리의 토대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2028년에 당선되겠다는 계획으로 출마를 결심하자”며 “준비 없이 후보 숫자 늘리기보다는 10년의 집권계획의 일부이자 지역을 책임지겠다는 입장에서 출마 채비를 갖추자”고 호소했다.

진보당(민중당)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05%(295,612만 표)를 득표했지만 3% 이상 득표한 정당에만 비례 국회의원을 배분하는 봉쇄조항 탓에 원내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오는 총선에서 비례 의원 당선자를 내기 위해서는 대략 85만 표 이상을 득표해야 하는데 절대 만만치 않은 수치이다. 하지만 대도약의 3대 방향을 전면적으로 구현하여 ‘진보당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널리 전파하는 가운데 인구 1% 대중정당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지면 필연적으로 전개될 대중투쟁과 시너지 효과를 내어 원내 진출이 능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장정치와 지역정치가 하나로

윤석열 정부의 반동 정치와 기득권 거대양당 체제의 폐해로 인한 정치위기에 더해 경기침체·인플레이션·전쟁과 갈등이 가져온 이른바 ‘퍼펙트스톰’으로 경제위기가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이처럼 정치 위기와 경제위기가 강하게 매듭지어진 시대에 국민적 저항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이며 어떤 우연적 계기로 폭발하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때에 진보당이 시대를 선도하고 투쟁을 주도하는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해 광장정치를 재촉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투쟁을 적극화하고 대안 의제를 확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제안이 사업계획에 담겨있다.

한편, 울산 동구를 중심으로 20명의 지방의원단이 ‘진보적 지역 집권모델’을 창조해 낡은 정치와 뚜렷이 구별되는 지역 정치의 대안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울산 동구는 이미 당 내외 인사들로 자문단을 구성했고, 앞으로도 당 조직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안 집권 모델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지역 정치의 문법을 바꾸고 진보당에 대한 국민적 호감을 끌어올려 총선승리로 연결해 내겠다는 구상이다.

지방자치위원장을 맡은 장진숙 공동대표는 “당 밖의 인사들도 울산 동구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번에 “당선된 21명이 당선자의 이야기가 하나의 책으로 쓰일 수 있을 정도로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 지역위원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지역위원회는 총선 승리의 전초기지이다. 소선거구제(지역구마다 1명만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취하고 있는 한국 정치의 조건상 지역위원회는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선거의 지휘부이자 동력으로 그 역할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당의 모든 조직체계 중에 가장 선거와 밀접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총선을 1년 반가량 앞둔 지금 지역위원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첫째, 지역집권계획을 세우고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야 한다. 당장 2024년 총선뿐만 아니라 10년의 집권계획이 목표하고 있는 2032년까지의 우리 지역 집권계획을 세우고 당원 토론회와 당원총회의 절차를 거쳐 지역 당원들의 시선과 호흡을 하나로 맞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1% 당원 확보를 위한 계획과 2032년까지의 선거구 출마계획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활동가 공동책임제’를 조직해야 한다. 현재 지역위원회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이 0원이다. 정당법상의 어려움도 존재하지만, 정당 보조금도 없는 여건이라 당 전체가 재정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활동가 공동책임제’가 제안되었다. 이는 매달 납부하는 당비 외에 ‘지역집권 활동 당비’ 명목으로 매월 납부할 금액을 별도로 약정하고 이렇게 모인 재정을 오직 지역 정치활동에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지난 진보당 1기 기간 동안 광주시당이 자체적으로 시행했던 방식이며 이를 통해 광주에서만 6명의 지방의원이 당선될 수 있었다. 이처럼 당원들이 십시일반 하여 지역 활동의 재정을 모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한결 나은 지역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고, 오는 총선에서는 더 높은 득표도 가능할 것이다.

10만 당원-10만 노동자당원으로 명실상부 대표 진보정당으로 발돋움

진보당 1기가 출범하던 2020년 8월에 68,000여 명이었던 당원 수가 2년 만에 88,500명으로 늘어났다. 이와 같은 당원의 양적 확대가 지난 지방선거 약진에 큰 밑천이 되었다는 것은 두말할 것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10만 당원을 확보하는 사업은 단순히 10만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넘어서자는 구호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당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일이며, 당 간부층을 중심으로 한 당원 확대를 넘어 당원이 당원을 확대하는 차원으로 넘어서야만 성취할 수 있는 목표이다. 이번 사업계획에서는 10만 당원 달성을 총선 1년 전인 2023년 4월까지 마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10만 노동자 당원 시대’ 사업이 제안되었다. 현재 56,000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 당원을 2024년 총선까지 10만으로 확대하자는 계획이다. 진보당이 ‘노동 중심 대표 진보정당’으로 나아가는데 필수적인 사항이지만 결코 만만한 사업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10만 노동자 당원을 실현하기 위한 방도로 사업장 조합원의 과반을 조합원으로 조직하고, 조합원의 과반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이른바 ‘반반(半半) 운동’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성장과 당의 성장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한 목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과 현장위원회의 결정으로 노동 후보를 다수 배출해 진보 집권 운동과 노동운동을 결합해 나간다면 더 빠른 속도로 10만 노동당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정희성 노동자당 대표는 “다수의 노동 후보가 현장의 조합원을 조직하고, 노동조합은 정치세력화 방안으로 반반 운동을 결정하여 집행하면 능히 가능할 것”이라며 목표 달성에 확신을 갖자고 당원들을 독려했다.

윤희숙, ‘총선승리로 기억되는 2기 지도부가 되겠다’ 각오

사업계획 해설 간담회를 위해 대부분의 시도당을 순회한 윤희숙 상임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당원들의 자신감이 올라온 것이 느껴진다”며 “2기 진보당이 총선승리의 역사를 쓴 지도부로 기억되도록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아무도 지방선거에서 진보당의 약진을 믿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자신의 곁을 꾸준히 지켜온 우리 후보들을 선택해주었다. 2024년 총선에서 원내에 재진입하겠다는 진보당의 포부를 두고도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고난과 실패를 딛고 일어선 9만여 명의 당원이 있고 10년의 집권전략과 대도약의 계획이 있다. 2년 후, 세상을 놀라게 할 힘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우리 자신의 힘을 믿고 민중과 더불어 총선 승리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자. 우리는 이미 예전의 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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