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선거운동을 했던 시간이 벌써 아득하기만 합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 그래프가 붙어 교차하던 3월 9일 늦은 밤의 기분이 생경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마 저뿐만이 아닐 것 같은데요.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애인 이동권 시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파문, 여가부 폐지 논란, 조민씨 입학 취소, 윤 당선자와 박근혜 씨의 만남, 검수완박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지명. 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윌 스미스의 폭력 사건도 있었네요. 최근엔 윤 당선자께서 온 백성의 나이를 적게는 한 살에서, 많게는 두 살까지 낮춰준다니 성은이 망극할 따름.

개인적으로는 지난 한 달 동안 고심이 많았습니다. 코로나에 좀 심하게 걸려 우울했던 것도 있는데, 어느 대목에서 더 잘했어야 대선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의 터널에서 사실은 아직 채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홍보와 디자인을 담당했던 입장에서 파워포인트 제작 수준의 디자인으로 당선된 윤석열 후보의 사례를 보고 있자면 끓는 물에 순대 터지듯 속이 터지는 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와 괜한 생각에 빠질 여유를 주지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기관지를 재개하며 가장 먼저 울산 동구를 찾았습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진보후보 단일화를 성사한 기세가 느껴졌는데요. 김종훈이라는 한명의 당원이 지난 총선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모두 전당적 기대를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참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그 무게를 홀로 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면 후보가 ‘열 명이 죽어야 한명이 당선된다’는 말을 반복했는데, 그런 말은 후보 자신이 집단의 일원이라는 신념이 없으면 쉽게 뱉을 수 없는 말이니까요. 얼마나 강조하시는지 '내가 5월에 울산 동구에서 죽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였습니다. 

이제 날씨도 날짜도 뉴스도 모두 본격적인 지방선거 시즌에 들어섰습니다. 뒤늦게 중대선거구제 관련 여야 합의가 이뤄져 대혼란이 예상되지만, 마부작침의 심정으로 여타 정당의 어느 후보보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우리 당 후보들의 선전 또한 기대되는 때입니다. 대선에서의 아쉬움을 진보당의 저력과 진보단결의 확장력으로 극복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2022년의 1월부터 5개월까지의 시간이 정녕 진보당의 ‘도약의 시간’으로 기록될 수 있기를 바라며 열 명이 죽어야 한명이 당선된다니 우리 모두 함께 죽을 열 명을 찾아 길을 떠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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