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기후위기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기후위기가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명제가 더 자극적(?)이고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는 의미에서 더 자주 언급되니 우선 이걸 먼저 이야기 해보자. 기후위기는 인간이 살기에 적합했던 기상상태가 불안정하게 흔들린다는 뜻이다. 따뜻할 걸로 예상했던 때가 춥고, 추울 것이라 예상했던 때가 더워지는 것이다. 기상 조건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은 식량 확보 문제로 직결된다. 또 해수면이 상승해 집이 사라지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고 홍수, 가뭄 등으로 더이상 살 수 없는 땅이 늘어날 것이다. 사는 곳과 먹을 것이 분명치 않은 사회에서, 갈등과 대립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이토록 무시무시한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어서 빨리 막아야 한다는 것이 ‘기후위기의 결과가 전쟁일 수도 있다‘는 말의 본심이다.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보다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지점은 전쟁이 기후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아직도 전쟁 중인 나라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전쟁 행위는 직접적으로 생명을 죽이고 생태계를 파괴한다. 지구는 땅과 바다와 대기에 각각 적정한 수준으로 탄소를 보관하고 있고 이것이 인간이 살만한 기후가 유지되는 비법이다. 모든 걸 태우고 짓이기는 전쟁은 땅과 바다의 탄소저장 기능을 잃게 한다. 균형이 깨진 생태계는 탄소가 모두 대기 중으로 뿜어나와 ‘지구가열화‘를 일으키고 기후위기를 가속시킨다.   
 
전쟁 행위가 지구를 파괴한다는 건 사실 이렇게 생태계 균형까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두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전쟁을 하자‘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다. 전쟁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사람은 없지만 적극적인 방어태세를 구축해야 한다는 상황, 전쟁 대비라는 명목으로 전쟁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전시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중이고 전쟁을 대비하는 상황에서는 힘겨루기를 무기로 하게 된다. 사용하지 않을 거지만 일단 사고 보는 ‘무기 콜렉터‘들의 세상이 되었다. ‘수요 없는 공급’이 유일하게 인정되는 분야가 바로 군사부문이다. 이 사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우리나라 사례가 바로 최근에 있었던 ‘경항모 예산 날치기 증액’사태다. 경항모는 바다 위의 활주로 역할을 하는 함정이다. 이 경항모 사업 예산을 증액해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2033년 3만 톤급 경향모 1척을 도입하겠다는 게 해군의 계획이다. 경향모 사업이 우리나라의 상황에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군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다. 효용성이 떨어진다부터 구축함이 추가로 설치되어야 한다는 등 경항모 도입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 국회 국방위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국방부 예산의 93%를 삭감해 의결했는데 예산위에서 국방위 삭감 합의 5억을 48억으로 날치기 증액을 해버린 것이다.  
 
경항모 도입이 합리적인지 충분한 논의도 없이 국방위의 의견을 묵살시키는 방식으로 예산이 증액되었는데 그 논리가 더 가관이다. ‘일본과 중국도 경항모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경항모 예산 증액의 유일한 논리다. 경항모가 우리나라 안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김부겸 총리도 이를 의식했는지 ‘국민들께 하나하나 설명해 가면서 진행하겠다’고 말을 덧붙였다. ‘경항모 예산 날치기 증액’은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무기의 규모를 확대해야한다는 전형적인 전시체제 논리인 것이다.  
 
이렇게 미리 나서서 전쟁을 준비하자는 ‘무기 콜렉터‘들은 기후 악당이다. 전쟁은 탄소를 배출하면서 몸집을 키운다. 전쟁에 사용하는 무기들이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가장 효과적인(?) 탄소배출원이다. 항공유, 각종 무기의 연료, 탐지 시스템, 교신 네트워크, 군 시설의 유지와 이용 등은 집중적이고 폭발적인 에너지 사용을 기본으로 한다. 단적인 예로 미 국방부의 탄소배출량을 보면 알 수 있는, 미국방부에서만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은 1400만 대의 승용차가 한 해에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하다.  
 
군 사업이 하나가 시작되면 그에 따른 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서 져야한다. 전기 소등 10분이 탄소배출량을 줄인다고 말하며 국민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정부가 탄소배출량을 급증시킬 계획을 내놓으면 그만큼의 책임은 다해야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항모 도입으로 어떤 연료를 얼마나 쓸 것이며 탄소배출량이 얼마로 추정되며 이는 현 탄소중립 계획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부는 알고 있는 것도 측정해본 적도 없다.  
 
무기 경쟁은 여전히 적을 상정하고 적대를 기본으로 한다. 협력과 공존으로 위기에 대응해나갈 상상력조차 말살시키는 전시체제는 기후위기 남북협력, 동아시아협력, 국제적 협력을 어렵게 만든다. 안보를 과거의 군사적, 경제적 위협으로만 바라보니 새로운 시대의 안보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기후위기, 사이버 공격,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전염병의 문제는 논의해볼 자리마저 잃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평화정착과 기후위기 대응은 만나야 한다. 쓰지도 않으면서 탄소만 배출하는 무기를 줄여나가는 것은 평화와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기본 전제다. 이를 넘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측정해보지 않은 군사부문 탄소배출량을 조사해야하고 기준을 만들어 감축계획을 세우게 하는 것까지 나아가보자. 분단을 넘어서는 적극적 평화를 상상해야한다. 남북협력을 할 수 있다면 신공항 난개발보다 남북철도가 기후위기 시대에 더 타당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임진강 범람 문제와 같은 접경지역 재난 피해 복구에도 남북이 함께 나설 수 있다. 분쟁 지역이라 손도 댈 수 없던 DMZ, 서해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한반도 수준의 재생에너지망 구축으로 전력을 더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법을 마련할 수도 있다. 분단에 갇혀 꿈꾸지 못한 기후위기 대응이 너무도 많다. 전쟁을 멈추고 협력과 공존의 길을 낸다면 한반도는 파리협정 수준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을 주도할 수도 있다. 함께 살아가는 것, 평화와 기후위기 대응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진보당 기관지 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