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에 열렸던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의 여파로 양경수 위원장이 구속된 가운데 오는 10월 20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열릴 예정이다. 

50만 명 참여라는 역대급 규모, '불평등 세상을 바꾸자'는 정치적 목표를 내건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만났다. 얼마 남지 않은 총파업을 준비하느라 순간순간 논의하고 결정할 일들이 몰려 숨 쉴 틈 없이 바쁜 가운데 만난 전종덕 총장의 짧은 머리칼에서 민주노총이 이미 총파업에 파도 속에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0.20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 ⓒ너머
10.20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 ⓒ너머

― 오는 10월 20일로 총파업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총파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지난 28일 날 삼성전자 가전 수리 노동자가 감전으로 사망을 했어요. 2인 1조로 일을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 전날은 첫 출근이 마지막 출근이 됐던 스물아홉 살 청년 노동자가 있었어요. 보조 밧줄 하나 더 하지 않아서 추락해 죽은 것이죠. 비용을 줄이자고 사람이 죽어요. 최소한 일 하면서 죽지는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최근에 50억 퇴직금 논란을 보면서 그 자체도 문제지만 취직, 알바, 월세살이로 고통받는 젊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박탈감이 들고 미래가 없다고 느낄까 이런 대한민국 사회를 그대로 둘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어요.

 

― 그런 문제의식이 정치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대선국면에 들어서고 있는데, 많은 대선 후보들이 이렇게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문제나 IMF 이후 계속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지 않아요. 문재인 정부의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코로나19 위기로 내몰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누가 어떻게 해결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직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만 하는 거죠.

그래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세상을 노동자들이 우리 자신의 힘으로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대선 후보들이 나서서 ‘노동자의 미래를 이렇게 바꾸겠다’는 말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이 판을 흔들자는 각오로 총파업에 나서게 됐습니다.

 

― 기존의 총파업처럼 무엇에 반대하거나 저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직화가 어렵지 않나요.

노동자들이 임금 문제나 근로조건의 문제로 많이 싸워왔고 앞으로도 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그 이상의 요구를 갖고 총파업을 하자고 하니까 처음엔 어려움을 얘기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어요. 우리가 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실제로 현장에서 많이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진짜 사회를 바꾸는 총파업을 해보자’고 설득하고 사업하고 교육하고 상담하고 꽤 오랜 시간 준비를 했습니다. 게다가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 너무 개탄스러우니까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화답을 해주셨다고 봅니다. 이제는 그 마음이 구체적으로 모이고 있어요.

 

―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가 되고 있나요.

16개 산별 가맹 조직들이 모두 자기 의결단위에서 총파업 의결을 끝냈습니다. 각자의 현실과 조건에 맞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간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섰을 때 대략 10만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이번엔 실제 50만 규모가 파업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대회를 포함해 14개 지역에서 규모 있는 총파업대회를 열 예정이고요.


― 총파업 준비 과정 자체가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높이는 과정이었겠네요.

그렇죠. 결국 노동운동, 민주노총 26년 역사에서 경제적 요구를 건 투쟁만으로는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노동자들이 절감을 한 거에요 결국은. 이 사회의 법과 제도, 정치를 바꾸지 않고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점은 현장 노동자들이 직접 느끼고 있습니다.
 

총파업 준비 현황에 대해 말하며 웃어보이는 전종덕 총장 ⓒ너머
총파업 준비 현황에 대해 말하며 웃어보이는 전종덕 총장 ⓒ너머

― 대선 얘기로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조합원들의 인식과 투쟁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선이 놓여있는데요. 내년의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이 어떻게 보고 있으신지.

현재 진보정치가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 아닙니까.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 진보정당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의 힘을 하나로 모아 더 위력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5개 진보정당을 모아 대선 공동기구를 구성해 후보 단일화까지 내다보고 논의를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각 당 대표님들이 직접 참여 주시기도 하고 조만간 토론회도 개최될 예정입니다. 정말 힘이 잘 모여졌으면 좋겠고 그 힘으로 노동정치, 진보정치를 복원해 한국정치가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정치가 되는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해요. 

 

― 민주노총 지도위원들이 민주당 캠프로 가버리는 상황도 그렇고, 실제 대선 본판에서 조합원들이 진보정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법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될 사람 밀자’라는 심리는 만연하게 있어요. 조합원들의 계급의식을 끌어내 진보정치로 모아내는 게 필요한데요. 그동안 진보정치의 의제와 진보정당의 단결을 민주노총 내에서 공론화하는 과정이 부족했어요. 워낙 어려운 문제니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이번 집행부가 ‘대선 공동대응기구’를 만든 건 최종적으로 그 결론이 어떻게 맺어지느냐와 별개로, 토론의 장을 만들고 조합원들에게 진보정치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인 것으로 인식 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2024년 총선까지 바라보고 지속해서 논의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  최근 민중경선제를 요구하는 흐름도 있어서 고민이 깊을 것 같습니다. 압박이 심하실 것 같은데.

네. 압박이 굉장히 많이 오고 있습니다(웃음). 진보정치의 현실이 어려우니 현장에서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이런 의견들을 같이 올려놓고 토론하면서 정리해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돈된 모습으로 치러진 지난 7.3노동자대회의 모습. 초기 정부의 발표와 달리 집회를 통한 감염이 단 한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노동과세계 송승현
정돈된 모습으로 치러진 지난 7.3노동자대회의 모습. 초기 정부의 발표와 달리 집회를 통한 감염이 단 한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노동과세계 송승현

― 지금 양경수 위원장이 구속되어 있습니다. 지난 7.3대회 건 때문인데요. 당시에 진보연 하는 사람 중에서도 이 와중에 집합 집회는 아니지 않냐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이번 10.20 대회를 앞두고도 그런 말이 있을 수 있다고 보이는데요.

‘이 와중에 꼭 해야 되느냐’라기 보다는 ‘얼마나 절박하면 이 시국에 나서느냐’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사실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도 노동자들이었고 최전선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했던 사람들도 우리 노동자들이었어요. 정부는 국민들에게 계속 ‘희생해라’ ‘양보해라’고만 하고 있고,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무조건 차단하겠다고만 하고 있어요. 오죽하면 ‘코로나 계엄령’이라고 하겠습니까.

코로나 위기 와중에도 노동자들의 삶은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콜센터 노동자들이 너무 바빠져서 기저귀를 차고 일을 해요. 요양노동자들은 하루에 한 번씩 코를 찔러가면서도 일자리가 없어져 생계를 걱정하고 있거든요. 잘 나가던 기업, 가게들이 폐업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상황인데 당연히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어요.

 

― 대화 시도도 많이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그동안 우리는 대통령도 만나자 했고, 총리도 만났어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보자는 거였어요. 탁상머리에서 되는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갖고 실질적 대책을 세워보자고 여러 번 대화도 촉구하고 교섭도 요구하고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다가 7.3대회 전날에 기습 방문을 한 거죠.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민주노총에 떠넘기면서 마치 민주노총이 이기적 요구를 하는 것처럼 여론전을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 노동자들의 요구와 국민들의 요구, 그리고 정부가 반드시 대책을 세워야만 하는 요구를 했습니다.

7.3대회의 경우에도 거리에 나가는 것 자체보다 노동자들이 한자리에서 요구를 내보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공간만 확보해달라’ ‘방역지침 지키겠다’고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차단과 봉쇄만이 정부의 답이었어요. 이번 10.20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하나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것인데, 감염병을 이유로 들어 ‘전면제한’하는 것은 잘못됐어요. 다른 영역에서는 조금씩 열어주는 방향으로 가는데, 유독 집회 관련한 부분은 계엄령에 준하고 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총파업 준비과정에서 진보정당의 역할이 많지 않아 아쉬울 것 같습니다. 진보정당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진보정당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진보정당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당과 후보들은 주민들을 직접 만나고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분들이 있으니까, 직접 만남이나 SNS에서 많이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민주노총이 왜 총파업을 하려는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널리 알려주시면 국민들의 마음도 돌아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전국동시다발 결의대회’를 할 때 보니까 노동자들의 1인시위나 기자회견도 다 경찰이 봉쇄하는데, 정당연설회는 보장을 하더라고요. 집시법의 영역이 아니라 정당법의 영역으로 해석이 되는 것으로 같은데 이런 공간도 많이 활용해주시면 어떨까요.

 

― 기록을 보니 진보정당의 최연소 도의원 경력을 갖고 있으시더라고요. 그동안 민주노총 출신으로 진보정치인이 된 분은 있어도, 진보정치인 경력을 가진 분이 다시 민주노총의 지도부가 된 분은 처음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진보당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저는 강진의료원에서부터 노동운동을 하다가 진보정치인이 되었고요. 선거 출마도 몇 차례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노동운동을 했고요. 그런데 저는 이게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한 길을 쭉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기본 목적이 같기 때문에.

진보정치가 노동자 민중의 삶의 현장과 다른 곳에 떨어져 있는 게 아니잖아요. 기존의 정치인들은 다 차려진 곳에 와서 사진 찍는 정치를 하는데, 우리는 그렇에 안 하잖아요. 현장에서 투쟁도 같이하고 먹고 자고 이런 것이 노동자 민중을 대표하는 진보정치다운 모습이고 진보정치인의 생활도 그래야 해요. 어디서든 진심은 다 통하게 되어 있거든요.

당장 진보당이 1% 정당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민중의 힘에 의거한 정치를 하다 보면 박수받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당 후보들이 그렇게 활동하고 있으시니, 2022년에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마치며 비어있는 위원장실을 찾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전종덕 총장의 모습 ⓒ너머
인터뷰를 마치며 비어있는 위원장실을 찾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전종덕 총장의 모습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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