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진보TV에서 <너도가고나도가야지> 콘텐츠를 총괄 기획하는 서울시당 장애인위원회 우준하입니다. 저는 뇌병변 중증 장애인으로 오랫동안 걷기가 힘들어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닙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다 보면 정말 생각하지 못한 이유로 이동권이 제한됩니다. 그래서 저는 전동휠체어 시각에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대학에 와서 이동권 부재의 현실을 마주하다

고등학생까지는 항상 부모님 차를 타고 이동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공주대 사학과에 입학한 후 캠퍼스가 크고 활동 반경이 넓다 보니 전동휠체어를 타게 되었습니다. 
대학 생활 로망 중의 하나가 전국에 있는 역사유적지를 답사하는 것이었는데, 지방에서 전동휠체어를 타다 보니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가까운 국립공주박물관조차도 저상버스는 한 대도 없고, 교통약자 콜택시도 7대뿐이라 쉽게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공주박물관을 가려면 언제 올지 모르는 교통약자 콜택시를 기다리거나 왕복 10km 거리를 전동휠체어로 운전해서 가야 합니다. 

공주에서 교통약자 시외 이동권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아 ‘충청평화나비네트워크’ 활동을 하다 보니 공주에서 대전에 갈 일이 많았습니다. 대전 교통약자 콜택시는 공주까지 운행하는 반면, 공주 교통약자 콜택시는 병원 진료 목적 외에는 시외로 가지 않았습니다. 공주에서 대전까지 일반 택시를 타면 20분 만에 갈 수 있습니다. 근데 지방 교통약자 콜택시는 대부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어 지자체마다 운영 주체가 다르고 차량 대수가 매우 부족하여 이용 시간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결국 휠체어를 타고 공주에서 대전까지 가는 방법이 없어 학교에서 공주터미널까지 걸어가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 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시외 경계를 넘지 못하는 공주시 교통약자 콜택시
시외 경계를 넘지 못하는 공주시 교통약자 콜택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동권의 부재가 교통약자를 비주체적으로 만들며 꿈조차도 짓밟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동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여 해결하고자 공주대학교 장애학생자치회장을 했었고, 현재는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장애부문위원,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 위원, 진보당 장애인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동휠체어로 KTX는 탈 수 있는데 왜 고속버스는 탈 수 없을까?

공주대에서 집에 갈 때 기숙사에 휠체어를 놓고 10분 정도 공주터미널에 가서 인천가는 시외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집에 가려면 공주 교통약자 콜택시를 타고 공주역에 가서 KTX를 타는 방법도 있지만, 인천에 KTX 정차역이 없어 이렇게 가면 시외버스보다 교통비와 이동 시간이 2배로 듭니다.

그래서 학교 기숙사에서 공주터미널까지 힘들게 걸어가면서 이런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KTX는 전동휠체어가 탈 수 있는데 왜 고속버스는 탈 수 없어서 이렇게 힘들게 걸어가야 할까?” 공주터미널에 도착하니 금호고속, 금남고속, 동양고속 등 버스 회사명이 보였습니다. 저는 이걸 보고 깨달았습니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KTX(좌),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한 고속버스(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KTX(좌),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한 고속버스(우)

답은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모순에 있었습니다. KTX는 한국철도공사에서 운행하여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중요시해 교통약자 편의시설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속버스는 민간 회사에서 운영하기에 수익성이 중요합니다. 고속버스에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려면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휠체어가 탑승하면 최소한 일반 좌석 4개를 접어야 합니다. 고속버스 회사에서 굳이 손해를 보면서 교통약자 편의시설을 설치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자본의 구조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기차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고속버스, 교통약자 콜택시 등 모든 대중교통을 공영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이동권의 부재와 연결된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너도가고나도가야지> 콘텐츠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진보TV의 <너도가고나도가야지>에 올라올 다양한 이야기들

'너도가고나도가야지'의 한 장면. 앞으로 교통약자 이동권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올라올 예정이다. ⓒ진보당 진보TV
'너도가고나도가야지'의 한 장면. 앞으로 교통약자 이동권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올라올 예정이다. ⓒ진보당 진보TV

<너도가고나도가야지>는 교통약자인 제가 당원분들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교통약자 이동권의 현실을 직접 현장 조사하고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진보당의 공약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공주대를 다닐 때 가장 불편했던 점이 휠체어 타고 고속버스를 탈 수 없는 것과 지방에 저상버스와 교통약자 콜택시가 부족한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콘텐츠는 ‘휠체어 고속버스’ 타고 당진에 가는 컨셉이었으며, 다음 촬영은 충북 단양에서 ‘지방 교통약자 이동권’을 주제로 홍희진 인권위원장님과 함께 촬영했습니다. 과연 저는 전동휠체어를 당진과 단양에 무사히 갈 수 있을까요?! 곧 진보TV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하철, 교통약자 콜택시, 대학교 등 이동권과 관련된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가 업로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시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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