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이 형은 진짜 죄지은 게 없어요 
노조해서 제일 좋았던 게 '아빠 노릇' 
강압수사와 끼워맞추기, 막무가내 기소의 
대표적 케이스가 회동이 형이었어요

김현웅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 ⓒ너머
김현웅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 ⓒ너머

5월 1일 노동절. 한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는 유서를 통해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라고 말했다.

5월 24일 「너머」는 열사의 동료였던 김현웅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을 만났다. 그는 열사를 ‘회동이 형’이라고 불렀다.


김현웅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 ⓒ너머
김현웅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 ⓒ너머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양회동 동지의 동료이고,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 김현웅입니다. 민주노동당 때부터 쭉 당원이었습니다.

지부에서 주로 집행책임을 맡았고, 양회동 동지는 영동 북부권역에서 운영과 조합원 일자리 관련한 일을 담당했습니다. 분신 이후 가족, 지인,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열사의 흔적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새삼 더 깊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 분신 당시 상황에 대해서

노동절에 원주시청 앞 집회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저는 9시 18분에 열사가 동료들한테 보낸 메시지도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다른 간부들이 갑자기 당황하고, 9시 20분에 통화하던 조직부장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큰소리를 내어서 왜 저러나 싶었지요. 9시 40분쯤 갑자기 이곳저곳에 전화가 왔고 사람들이 바로 뛰어갔습니다.

믿기지 않았고요. 지금 시대에 분신이라는 게 있을 수가 있나, 이런 생각도 들고. 회동이 형 생각하면 굉장히 장난기 어리고, 웃는 모습이 아이 같은 분이었어요. 부랴부랴 버스를 대절해서 동지들하고 같이 강릉 넘어갔죠. 의식이, 호흡이 돌아왔다고 그래서 살아만 있어달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열사를 '회동이 형'이라고 불렀다 ⓒ너머
그는 열사를 '회동이 형'이라고 불렀다 ⓒ너머

— 열사가 분신하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미 여러 언론에 나왔지만, 양회동 동지는 진짜 죄지은 게 없어요. 혐의조차 별것도 아니야. 구속영장을 보면 진짜 기도 안 차요. 사측에서도 ‘회동이는 그런 애가 아니다’, 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억울하셨겠어요.

계속 일관되게 말씀하신 게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한 것뿐이다’였고, 마지막 유서에도 ‘제가 한목숨 바치는 걸로 노조 탄압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하셨지요.

 

— 열사의 마음은 어떠셨을지

영장심사 앞두고 회의를 했어요. 가족에게 이야기했냐고 물었는데, 아내분한테만 하고 애들한테 말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빠가 지금 공갈범이 되어있다는 말 못 한다고.

회동이 형이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들한테 엄청 지극했거든요. 평생을 이런 아빠, 이런 남편이 돼야지 생각했을 거 아니에요.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아빠의 모습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분신 전날, 바빠서 못 가던 성당에 오랜만에 가더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셨대요. 저랑 통화할 때도 오히려 자기 때문에 고생한다며 ‘난 괜찮다, 내 마음 담은 탄원서 한 장 쓰면 되는 거 아니겠냐. 죄가 없으니까. 나는 마음이 단단하다, 걱정하지 마시라’ 이렇게 이야기하셨는데 그게 그 표현이었을지….

 

— 열사는 왜 건설노조 활동을 하셨을까요

노조가 없던 시절에는 ‘못대가리 보일 때부터 안 보일 때까지 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시간의 고된 노동이 현장에 만연했고, 안전하지도 않았지요. 인간답지 않은 처우에도 건설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위해 견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금체불 문제도 심각했어요. 하루 벌어 먹고살기 바쁜데 쫓아다니면서 돈 받으러 다니기 어렵죠. 하지만 노동조합이 생기니 집회도 하며 압박해서 체불된 돈을 받아내고, 고용도 나아지고. 건설노조의 단체협약 기준에서 따라 전국적으로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사측도 ‘노동조합은 필요하다’고 말해요. 정말 최소한의 룰조차 없던 건설현장이 노조가 있음으로써 더 선진적으로 운영된다는 거죠.

건설업의 특성상 일감을 주는 오야지(작업반장)를 쫓아다녀야 하는데, 대부분 불법 하도급이었기에 전국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어요. 가정을 꾸릴 수도 없었고요. 양회동 동지가 노동조합을 해서 제일 좋다고 했던 게 아빠 노릇을 할 수 있어서, 저녁에 아이들과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던 기억이 납니다.

ⓒ너머

—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건설노조에 적대적입니다

윤석열이 ‘건폭’ 발언을 하고 나서 아래에서부터 성과, 충성 경쟁을 하고 있어요. 유례없는 5개 기관(고용노동부, 국토부,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 합동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게 오로지 건설노동자만을 향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없는 강력계에, 50명 특진까지 걸며 무리한 수사와 실책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회동이 형도 조사받을 때 ‘전임비 뜯으려고 집회한 걸로 정리를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요.

그냥 ‘깡패’로 규정하고 몰아붙이고 있어요. 신고매뉴얼을 사측에 돌리면서 이름과 금액만 바꾸면 될 수 있게 독려하고. 강압수사와 끼워맞추기, 막무가내 기소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회동이 형이었어요. 열사가 분신하신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 윤 정부가 건설노조 탄압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유서에 ‘윤석열 검사독재정치에 제물이 되어’라는 표현이 있거든요. 정부의 치부와 무능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기 위한 제물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지금은 검사가 찍은 사람이 범법자가 되고 안 찍은 사람은 범법자가 아닌 세상이잖아요.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거라 생각합니다.

— 조선일보에서 ‘분신 방조, 유서 대필’ 같은 왜곡 기사들로 2차 가해를 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전적을 모르지 않았지만 가까이 접하고 나니 ‘진짜 인간이 이럴 수 있나?’ 싶었습니다. 펜대로 사람을 죽이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데 어떻게 계속 기자를 할 수 있을까, 왜 법을 무서워하지 않을까. 다행히 명백하게 반박 보도가 나가 더 대응할 가치가 있나 싶지만, 아직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어 걱정됩니다.

 

—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울타리 안의 건설현장이 더 많이 다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왜 건설노동자들이 이렇게 집회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해요. 다들 지어진 건물만 보잖아요.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부실공사가 일어나고 무너지게 될 겁니다.

 

— 열사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일단은 회동이 형 억울한 부분을 풀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그리고 열사가 이야기했던 노조탄압 중단과 윤석열 퇴진입니다. 이 정권하에서 국민들은 계속 죽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진보당을 포함해 야 4당에 요구한 만큼 작은 차이를 내려놓고 열사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당원들께 전하는 말씀

전국에서 자신을 바쳐 애쓰시는 당원들인 만큼 존경하고 있습니다. 양회동 동지가 여전히 안치실에 있거든요. 인간적으로 빨리 보내드려야 해요. 시민들에게 이 사안을 더 널리 알리는데 함께 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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