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되었던 난방비 폭등, 정부는 남탓과 근시안적 대책만
인상해야 할 것은 서민요금이 아니라 재벌요금
에너지 재난지원금에서 나아가 ‘에너지 공공성’ 보장해야

 

집집마다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하필이면 겨울철 혹한과 설 명절이 겹치면서 12월 난방비 고지서는 삽시간에 정치권 핵심 논쟁이 되었습니다. 사실 충분히 예견됐던 일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LNG(액화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고, 직격탄을 맞은 유럽 곳곳에서는 작년 하반기 수많은 시위가 잇따랐습니다. 영국은 전기·가스요금 6배 상승으로 국가비상상황을 선포했고, 17만 명의 시위대는 고지서를 불태우며 요금납부 거부 투쟁을 벌였습니다. 독일, 체코, 프랑스 등등에서도 ‘임금도 인상하라’, ‘러시아 제재를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라고 피해 갈 방법은 없었습니다. 진보당은 작년 12월 선도적으로 에너지재난 TF를 구성하고, ‘에너지 재난 선포’ 긴급 기자회견에 이어 ‘전기가스 요금폭탄 못살겠다 아우성대회’도 개최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난방비 폭탄이 현실화되자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부랴부랴 온갖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난방비 문제의 성격

정부여당은 ‘에너지바우처 지원금 2배’, ‘사회적 배려대상자 요금할인 확대’를 제시했습니다. 예상대로 문재인 정부를 탓하고, 국민들이 난방비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도 서슴없이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에너지·고물가 지원을 명분으로 7.2조 수준의 추경을 통해 소득 하위 80%에 1인당 10~25만 원을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내세웠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난방비 문제를 민생사안으로 보고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에만 급급합니다. 그러나 이런 근시안적 대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진보당은 현시기 난방비 폭탄 문제를 ‘기후위기+에너지위기+에너지자립문제+민생위기’ 등이 얽혀있는 복합적인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며 장기화될 문제입니다. 정부여당 대책은 한심하기 짝이 없어 논외로 하더라도, 민주당의 방안 또한 취지는 알겠지만 올바른 대책이 아닙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최소 2026년까지는 전기·가스 요금을 계속 올릴 텐데, 매번 추경하고 지원금을 쏟아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며, 특히 화석연료 퇴출·에너지 절약 등 전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의 관점에도 맞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재난지원금을 촉구하는 이유

그럼에도 진보당은 에너지 재난지원금을 최초로 제시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난방비 폭탄이 충분히 예견된 상황에서 정부는 사전에 대책을 세우지 않고 모든 책임을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했습니다. 똑같이 올겨울 최강 한파를 맞이한 일본의 경우 작년 12월 정부가 나서 가정과 기업에 에너지 절약을 충분히 공지했고, 가구당 43만 원의 난방비를 지원했습니다.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두 번째로 정부와 대부분 지방정부의 대책은 취약계층 극히 일부에만 국한된 ‘찔끔’ 지원책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 취약계층조차 작년에 본인이 가스요금 감면 대상인 줄 모르거나 신청 절차를 몰라서 41만 명이나 혜택을 못 받았고, 에너지바우처는 무려 12만 가구가 미신청할 만큼 사각지대도 뻥뻥 뚫려있습니다. 또한 대다수 중산층과 고통이 큰 자영업자, 농민 등에 대한 대책도 부재합니다. 이러니 선별 없이, 사각지대 없이, 국가가 책임지고 난방비 폭탄에 대한 보편적 긴급 지원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그래서 진보당은 ‘전국민 에너지 재난지원금을 가구당 30만 원 긴급 지원하라’고 촉구하는 것입니다.

 

인상해야 할 것은 재벌요금

아이러니하게도 서민들은 고통받고, 한국전력·가스공사 등 공기업은 최악의 적자와 미수금으로 허덕이는 동안 재벌 민간발전사들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봤습니다. SK, GS, 포스코, 삼천리 등의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1조 5천억 원가량인데, 전년도의 2배 수준입니다. 정유업계에서는 무려 1,000%에 달하는 ‘다시 없을 역대급 성과급’으로 흥청망청 돈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LNG를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직수입(우회적 민영화)으로 싸게 사서, 전쟁 후 가격이 급등하자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했습니다.

또 하나 짚을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위 1.2%가 전체 전기소비량의 64%를 펑펑 쓰고 있습니다. 전력 다소비 50대 기업이 2015~19년까지 계시별요금제(*전력소비가 급증하는 여름과 겨울 및 특정 시간대에는 높은 요금을, 그렇지 않은 계절과 시간대에 낮은 요금을 적용)로 할인받은 혜택은 약 10조 280억에 달합니다. 또한 경부하요금제(23시~9시)도 해당 시간대 공장을 돌릴 수 있는 대기업의 특혜로 봐야 합니다. 50대 기업의 이런 ‘야간요금 할인혜택’도 무려 7.2조 원에 달합니다. 재벌들은 서민 핑계 대며 ‘값싼 요금’을 주장했지만, 실상은 본인들이 값싼 요금을 훨씬 많이 쓰고, 특혜까지 곁들여 상상 초월의 이익을 챙긴 것입니다.

난방 분야도 마찬가집니다. 가정용 가스요금은 지난해 무려 4차례나 올려 40%가량 올려놓더니, 산업용·상업용·발전용 도시가스 요금은 올해 1월 슬그머니, 그것도 큰 폭으로 내렸습니다. 기업은 챙기고, 서민들에게 요금폭탄을 뒤집어씌운 꼴입니다. 따라서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정부 말은 틀렸습니다. 서민요금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산업용 요금 인상, △재벌특혜 폐지, △초과이윤 환수하면 연간 8조에서 19조가량의 효과를 봅니다. 이것으로 공기업 적자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횡재세!

횡재세란 기업이 자체 노력으로 벌었다고 보기 힘든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익에 대한 과세를 말합니다. 이미 이탈리아, 그리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 세계 주요국가들은 물론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연대기여금’이라는 이름으로 횡재세를 설계했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석유회사를 향해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진보당도 고유가, 고금리로 가만히 앉아 떼돈을 번 시중은행과 정유업계 등을 대상으로 횡재세 도입을 일관되게 촉구했습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횡재세 도입 검토를 언급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독점 자본의 횡재와 심화하는 양극화에 제동을 걸고, 경제위기 국면에 부자감세하는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에 횡재세로 철퇴를 가해야 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지금까지 서술한 △에너지 재난지원금, △횡재세 도입, △에너지 재벌 특혜 폐지 등은 진보당의 단기 과제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너지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되어야 합니다.

에너지는 국민 생활에 기본 중의 기본이며, 필수 공공재입니다. 따라서 모든 국민들의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물·전기·가스 등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범위를 책정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되, 이를 벗어나면 엄격한 수준의 누진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에너지 총소비량 저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민간발전사의 가스 직수입을 중단해야 합니다. 민간의 직수입은 2013년 3.5%에서 2020년 22.4%까지 증가했고, 2031년이면 최대 55%까지도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들은 LNG가 저렴할 때만 골라서 직수입을 추진하고, 비쌀 때는 공기업이 의무비축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입하며, 공기업의 적자누적, 민간은 특혜이익, 국가차원의 구매력 분산, 공공요금 폭등 등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민자발전소를 공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에너지효율도 부단히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신축 건물은 ‘제로에너지건물’을 의무화하고, 공공기관·노후주택·임대주택부터 냉난방 및 단열재를 보강하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여 폭염과 한파에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온열질환자 발생 장소가 집이 32.1%로 가장 많으며, 서울시 에너지 소비의 56%가 건물부문에 집중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금 수준을 넘어 이런 방향의 지원을 이어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결국 이 문제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을 재생에너지로 대전환해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제 화석연료와 결별을 준비해야 합니다. 태양과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이며,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입니다. 재생에너지를 민간독점이 아닌 ‘공유화’하고, ‘전면화’하는 것이 기후재난 및 에너지 재난에 대비한 해결책입니다.

진보당은 오는 2월 11일(토) 서울역 광장에서 ‘난방비 폭탄 윤석열 정권 규탄대회’를 개최합니다. 많은 당원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나아가 진보당은 분야별 전문가들을 모셔 보다 완성도 높은 에너지 정책을 설계하고, 당원들과 민중들의 힘으로 대안을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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